´하늘에서 내려온 돈다발´…주워가도 괜찮을까?

´하늘에서 내려온 돈다발´…주워가도 괜찮을까?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6-03-22 16:00
수정 2016-03-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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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여자 서울광장서 지폐 2200만원 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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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 뿌려진 현금
서울광장에 뿌려진 현금 서울광장에 뿌려진 현금.연합뉴스
대낮에 누군가 돈다발을 하늘로 뿌린다면 땅에 떨어진 돈을 가져가도 괜찮을까? 21일 오후 실제로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상황이 연출됐다.

 경찰에 따르면 21일 오후 5시5분쯤 서울광장 분수대 앞에 A(56·여)씨가 종이가방에서 현금 뭉치를 꺼내 2200만원 상당의 지폐를 공중으로 뿌렸다.

 이에 서울광장 일대가 순간 1000원과 5000원, 1만원권 지폐 수백장으로 뒤덮였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눈이 휘둥그레져 이 광경을 쳐다봤고 일부는 신기하다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선뜻 돈을 주워가는 사람은 없었다.

 서울광장을 경비하던 경찰이 달려와 돈을 봉투에 주워담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처벌받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한몫했다.

 경찰은 돈을 모두 수습한 뒤 A씨를 인근 파출소로 데려가 진정시키며 돈을 뿌린 이유를 조사했다.

A씨는 경찰에서 “이혼한 남편과 아들이 내 돈을 빼앗으려 한다”면서 “돈을 뺏길 바엔 그 돈을 다 기부하려고 했다. 아무나 가져가라고 뿌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말에 범죄 혐의가 있는지를 더 조사했다.

 ‘남편과 아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받고 있느냐’, ‘경찰의 보호나 수사가 필요하냐’ 등 경찰의 질문에 A씨는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서울광장에서 돈을 뿌리기로 작정하고 며칠 전 지방에서 상경해 한 시중은행에서 4200여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1000원권을 위주로 종이봉투에 담아 서울광장에서 뿌렸고, 당시 메고 있던 백팩에 5만원권 400매, 2000만원을 보관했다.

 큰 돈을 들고 서울광장까지 오는 길이 무서웠던지 A씨는 서울광장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경호업체를 이용해 보호를 받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씨가 돈을 뿌린 행위는 형사처벌 등 사안이 아니어서 A씨가 진정된 뒤 경호업체를 불러 A씨를 귀가시켰다고 밝혔다.

 만약 당시 A씨가 뿌린 돈을 주워갔다면 처벌을 받을까? 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경찰에 따르면 주인이 있는 돈을 땅에 떨어졌다는 이유로 주워가면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떨어진 돈 옆에 주인이 없어도 여전히 그 돈의 소유권이 인정된다면, 돈을 가져갈 경우 점유물이탈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A씨의 경우 처럼 “돈을 아무나 가져가라고 뿌린 것”이라면 돈의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한 상황이어서 처벌할 근거가 없어진다.

 그러나 A씨가 얼마 뒤 마음을 바꿔 돈의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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