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수학의 정석’ 50년…4천500만부 팔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수학의 정석’ 50년…4천500만부 팔려

입력 2016-03-20 10:12
수정 2016-03-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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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초판부터 꾸준한 사랑받은 초대형 밀리언셀러

고등학교 수학 참고서 ‘수학의 정석’ 시리즈가 올해 발행 50주년을 맞았다.

1966년 8월31일 초판이 나온 ‘수학의 정석’은 수학의 ‘바이블’(Bible)이라는 말이 상투적인 표현이 됐을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초대형 스테디셀러다. 참고서 하나가 반백년 동안이나 꾸준히 판매를 이어온 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누적 판매량은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4천500만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로 쉰을 맞은 ‘수학의 정석’ 시리즈에 얽힌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 학비 벌려고 집필 시작…서른에 ‘수학의 정석’ 완성

‘수학의 정석’은 서울대 수학과 출신으로 대학 시절부터 과외 개인지도와 학원가에서 ‘족집게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홍성대 전주 상산고등학교 이사장의 작품이다.

학비를 벌기 위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를 하던 그는 국내 수학참고서의 열악한 수준에 실망해 미국·프랑스·일본 등의 자료를 섭렵한 뒤 스물일곱이던 1963년부터 ‘수학의 정석’ 집필을 작업을 시작했다.

꼬박 3년을 매달린 끝에 1966년 8월 31일 ‘수학의 정석’의 초판이 나올 수 있었다.

저자가 1966년 8월 31일에 쓴 머리말은 지금 판매되는 책들에도 그대로 실려있다.

서문에서 그는 “이 책은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힘쓰는 한편 기초가 없어 수학과목의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수학의 기본을 튼튼히 해 줌으로써 쉽고도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 책”이라고 적었다.

저자는 발행 40주년이던 2006년에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나온다. 스물일곱 살짜리가 뭘 안다고 책을 쓰겠냐. 하지만 그때 서두르지 않았다면 영원히 책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출간 첫해에만 3만5천권이 팔려나간 정석 시리즈는 입소문을 타고 매년 판매 부수가 급증했다.

한국 경제가 한창 성장 가도를 달리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전반에는 한해에 150만∼180만권씩 팔려나가며 말 그대로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라섰다.

출판계에서는 현재까지 정석시리즈의 누적판매량은 4천500만부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고교 참고서 한 종류가 한국의 총인구 수준에 육박할 만큼 팔려나간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 ‘수학의 정석’ 공전의 히트로 학교 설립까지

수능 출제경향이나 내신 반영 방법 등 입시제도의 잦은 변화 속에서도 수학의 정석이 이처럼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수험생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출판사 측은 수학의 기본원리를 논리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출제 가능한 모든 유형을 다룬 데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이라면 혼자서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편집방향을 꼽는다.

정석 시리즈는 수학교육과정 개정에 가장 빠르게 대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5∼6년 단위로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수학의 정석 시리즈도 완전 개정판을 낸다.

홍 이사장은 그동안 수학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직접 수학의 정석 원고를 챙겼다. 그가 평소 구상해 여기저기 메모해놓은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원고를 쓰면 20여 명의 전문가들이 교열을 보고, 현직 수학교수들의 감수를 거쳐 수학의 정석 개정판이 출판돼왔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배운 책을 손주 손녀 세대가 그대로 배우는 인기의 비결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시대 변화를 맞아 ‘수학의 정석’은 성지출판의 인터넷 사업부문인 성지닷컴(www.sungji.com)에서 인터넷 강의로도 만날 수 있다.

저자의 현 직함은 전주 상산고 이사장이다.

‘수학의 정석’으로 번 돈을 1981년 자신의 고향 인근인 전주에 상산고를 설립하는 데 투자하고, 지금은 학교 운영에 전념하고 있다.

‘상산’(象山)은 본래 홍 이사장의 아호로, 고향 정읍 태인 근처 산인 상두산(象頭山)에서 따왔다.

상산고가 2003년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된 뒤에 홍 이사장은 ‘수학의 정석’ 저자답게 서울대 수학과 교수로 서울대 부총장까지 지낸 이현구 박사를 초대 교장으로 초빙하기도 했다.

상산고는 2016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기준으로 전국 고교 가운데 7위를 차지(54명 합격)하는 등 명문고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딸 홍재현 박사도 수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수학 가족’이다. 홍 교수는 서울대를 거쳐 현재 고등과학원에 재직 중이다.

◇ 바둑 두다가 ‘정석’ 이름 지어…고향엔 ‘수학정석길’도

‘수학의 정석’이라는 이름은 바둑용어인 ‘정석’(定石)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했다.

저자가 20대 시절 스승과 함께 바둑을 두다가 갑자기 쓰고 있던 참고서 제목이 생각나 그대로 지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공격과 수비에 최선이라고 인정한 일정한 방식으로 돌을 놓는 법’이라는 뜻의 이 용어는 공전의 히트를 한 이 참고서 때문에 일상용어로 정착했다.

이후 ‘작업의 정석’ ‘연애의 정석’ 등 ‘수학의 정석’의 이름을 변용한 수많은 대중예술작품의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홍 이사장의 고향인 정읍 태인면에는 ‘수학정석길’이라는 이름의 도로도 있다.

저자가 평생 가장 많이 들었을 질문, 즉 ‘수학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복습보다는 예습을 철저히 하고, 문제는 펜을 이용해서 반드시 손으로 풀어봐야 하며,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해답을 빨리 찾아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렇듯 참고서 하나로 이뤄낸 대기록을 널리 홍보할 법도 하지만 출판사 측은 차분하게 50세 생일을 자축할 계획이다.

성지출판 관계자는 “초판발행 50주년과 관련해 현재로써는 특별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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