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코피노 아버지찾기 책임지고 도와야”

“한국 정부, 코피노 아버지찾기 책임지고 도와야”

입력 2016-03-17 07:28
수정 2016-03-1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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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지원단체 ‘탁틴내일’ 이영희 대표 인터뷰“피해여성·아이 비참한 상황…사회 잘못된 性인식 개선되길”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코피노(Kopino)’에겐 엄연히 한국인의 피가 흐릅니다. 한국 정부는 그 아이들이 아버지를 찾는 것을 도울 책임이 있습니다.”

이영희 사단법인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14일 오후 서대문구의 이 단체 사무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피노 문제 해결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동·청소년 성문화 교육 및 성 상담 활동을 주로 펼쳐온 탁틴내일은 2004년 국제 아동 성 착취 반대단체 ‘엑팟(ECPAT)’ 한국지부로 가입하면서 코피노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주재원이나 현지 사업가, 유학생 등 필리핀에 오랜 기간 머무른 한국인 남성들은 현지 여성을 상대로 시시때때로 성매매를 하는가 하면, 동거나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리고는 한국 남성들은 무책임하게 떠났다. 현지 여성은 버림받았고 아이들은 ‘코피노’가 됐다. 현재 코피노는 최소 1만명, 최대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탁틴내일이 2012년 필리핀 마닐라, 세부, 앙헬레스 등을 돌며 코피노 실태 조사를 벌일 때였다. 현지에서 만난 한 여성은 “코피노를 낳고서 배신을 당했다. 한국에 가서 직접 그 남자를 찾아야겠다”고 나섰다.

탁틴내일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이 여성의 비자발급 가능성을 문의했지만 “직업이 없는 여성에게는 안된다”는 차가운 답변이 돌아왔다.

이를 계기로 탁틴내일은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열어 코피노 실태를 고발했다. 한국 사회는 한동안 코피노 문제로 떠들썩했으나 관심은 금세 사그라졌다.

이 대표는 “네 살짜리 코피노 아이가 있는데, 길거리에서 한국인 남자를 볼 때마다 엄마에게 ‘우리 아빠 아니냐’고 묻는다고 한다”면서 “피해 여성 대부분 경제적·심리적으로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속도는 더디지만, 탁틴내일은 어느 정도 코피노 문제 해결 성과를 봤다. 2014∼2015년 코피노 아버지 3명을 찾아 총 5명의 양육비를 책임지도록 합의를 끌어냈다.

이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버지가 아이를 순순히 인정하면 실마리가 풀리는 편이지만 부인할 경우 소송에 들어가야 한다”며 “인지 청구소송, 유전자 감식을 통한 친자 확인, 양육비 청구 소송 등 어렵고 힘든 과정을 피해 여성이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틴내일 등 시민단체들의 노력에도 코피노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게 이 대표의 지적이다.

이 대표는 기업체의 파견과 동남아 성매매 관광이 여전하고 영어권인 필리핀으로 떠나는 어학연수생이나 유학생도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근본 해결책으로 성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개선을 꼽았다.

그는 “안에서 새던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국내에서도 성매매·성접대가 여전히 죄의식 없이 이뤄지고 청소년이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2013년 코피노 실태조사를 벌이다 돌연 중단했다”며 “필리핀 당국과 한국대사관이 공조해 코피노의 정확한 숫자라도 집계를 한다면 문제 해결에 큰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자국민의 잘못으로 필리핀에서 수많은 코피노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이 아버지를 찾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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