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등에서 3년간 주 2∼3회 물건 훔치고 집에 쌓아놔
“혼자 가만히 집에 누워 있으면 가슴 속에 무엇인가가 치밀어올랐어요. 그럴 때마다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훔쳤습니다.”오래전 남편과 사별 후 키워온 남매를 출가시키고 나서 수년간 도둑질을 한 50대 여성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송파구와 성동구의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3년간 2천400만원 상당의 물품 1천800여점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김모(56)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20여년 전 남편을 뇌출혈로 잃은 김씨는 홀로 1남 1녀를 키웠다. 먼저 결혼한 아들에 이어 2013년 딸까지 출가하자 바로 그 다음 달부터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김씨는 1주일에 2∼3회 사람이 많은 오후 시간에 북적이는 세일 코너에서 물건을 몰래 집어 품 속에 넣거나 미리 준비해간 쇼핑백에 넣어 훔쳐나왔다.
도난방지 태그가 없는 제품을 우선 골라 훔쳤고, 만약 태그가 붙어 있으면 이를 손으로 잡아뗀 뒤 계산대를 유유히 통과했다.
이전에도 몇 차례 절도 전과가 있다는 김씨는 지하철에 무임승차해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도주하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말 또다시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려다가 미리 잠복하고 기다리던 경찰에 검거됐다.
성동구의 125㎡ 규모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김씨는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았지만 외로움에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검거 당시 김씨의 아파트 방과 주방, 발코니 등은 훔친 물건들이 담겨 있는 쇼핑백과 상자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포장도 채 뜯기지 않은 상태였다.
그가 훔친 물건은 주로 패딩 점퍼나 등산복 등 아웃도어 의류와 아동복이었다. 수저와 부침용 뒤집개, 냄비, 그릇 등 잡다한 생활용품부터 어묵 등 음식류도 있었다.
김씨가 훔친 물건이 너무 많아 경찰은 이를 상자 57개에 나눠 담아 트럭으로 실어날라서 압수해야 했다.
김씨는 범행을 들킬까 봐 자녀들을 절대 자신의 집 안으로 들이지 않았고, 대신 자신이 자녀 집을 방문해 만났다.
김씨는 외출도 잘 하지 않고 집에서 혼자 누워 지내는 때가 잦았는데, 감정이 복받칠 때마다 습관적으로 도둑질하러 갔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범행을 하고 나면 늘 자책하고 후회했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물건을 훔치러 백화점과 마트로 향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피해자를 확인한 범행은 27차례지만, 주 2∼3회 400여 차례 범행했다는 자백과 압수품을 토대로 김씨의 여죄를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