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얘기 좀 들어주길’…비정규직·해고노동자 도심 곳곳 농성

‘우리 얘기 좀 들어주길’…비정규직·해고노동자 도심 곳곳 농성

입력 2016-02-28 10:42
수정 2016-02-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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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호소하다 거리 나서…사측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삼표그룹 본사 앞,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

28일 현재 서울 도심 장기 농성자들이 노숙하는 곳들이다. 동화면세점 앞에는 하이디스테크놀로지 노조, 삼표그룹 본사 앞에는 동양시멘트 노조, 옛 인권위 옥상 광고탑에는 기아자동차 노조가 각각 자리잡았다.

비정규직이거나 해고 노동자인 이들은 회사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해고철회, 복직 등을 요구하며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측과 의견 차이를 해소하지 못해 결국 장기 농성으로 힘든 겨울을 나는 중이다.

사측은 이들의 주장이 과장됐거나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시민은 이들의 장기농성 현장을 별다른 관심없이 지나친다.

◇ “외국자본 ‘먹튀’ 우려” vs “경쟁력 없어 공장폐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의 LCD 사업부로 출발한 하이디스테크놀로지(하이디스)는 2002년 현대전자의 경영난 이후 분사돼 중국 BOE 그룹에 매각됐다. 2008년에는 주인이 대만 기업 이잉크(E-Ink)로 바뀌었다.

하이디스는 이잉크에 인수되고서도 경영난을 겪다 결국 지난해 4월 이천 공장을 폐쇄하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상목 금속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장은 “BOE 그룹과 E잉크는 하이디스의 ‘기술 빼가기’에만 혈안이 됐을 뿐 투자는 거의 없었다”며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도 ‘노조 동의 없이 특허를 팔지 못한다’는 내요의 단체협약을 무력화해 기술을 빼내가려는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장 재가동과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주한국 대만대표부가 있는 동화면세점 앞에서 지난해 5월 27일부터 278일째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공장을 폐쇄한 것은 비용 구조가 높아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며, 한국에서 특허사업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혀 기술유출과 관련한 노조 주장을 반박했다.

◇ “위장도급 판정 나자 무더기 해고” vs “인수前 기업이 한 일”

종로구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동양시멘트 하청 노동자들은 불법 하도급 사실과 부당해고를 인정받고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17년간 석회석 광산 채굴·운반 일을 한 이들은 2014년 노조를 만들고 나서야 자신들이 불법 하도급 피해자임을 깨달았다.

이들은 그해 5월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 진정을 냈고, 지난해 2월 동양시멘트가 위장도급을 했다고 인정 받았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곧바로 이들에게 도급계약 해지와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노조는 다시 구제신청을 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회사측이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인정했다.

정규직으로 복직 길이 열린 셈이지만, 그 사이 회사 주인이 삼표그룹으로 바뀌는 바람에 상황이 복잡해졌다.

매각 계약 소식을 들은 노조는 지난해 8월 25일부터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188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영철 동양시멘트지부 사무국장은 “최근 회사가 제기한 업무방해 소송으로 조합원들이 실형을 선고받아 농성할 인원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삼표그룹 측은 “해고 문제는 인수 전 일이지만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해고자들이 원안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 “사내하청 전원 정규직화” vs “재판·노사협상 진행 중”

서울시청 앞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는 지난해 6월 11일부터 263일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46)·한규협(42)씨가 고공 농성 중이다.

이들은 사내하청 노동자 468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집단소송에서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회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기아차는 노조와 특별교섭을 진행해 465명을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이는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의 10% 밖에 안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대법원이 2012년 “자동차 업계의 사내하청은 ‘근로자 파견’이므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대로 사내하청 노동자 3천500여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그러나 기아차 측은 “대법원 판결은 특정 개인에 대한 선고로, 개인별 상황이 달라 현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며 “현재 노조와도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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