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실혼 부부라도 몰래 한 혼인신고는 무효”

법원 “사실혼 부부라도 몰래 한 혼인신고는 무효”

입력 2016-02-28 10:39
업데이트 2016-02-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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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1년만에 파경…“일방 혼인신고의 정신적 손해 위자료 1천만원”

A(45)씨와 B(39·여)씨는 5년 전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났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만나 결혼을 서둘렀는데, 결혼식 준비부터 순탄치 않았다.

B씨는 예단으로 500만원을 주면 얼마를 돌려줄 거냐고 따져 A씨와 다퉜고, 결혼식 날짜를 두 차례나 바꾸는가 하면 예식장 예약도 한 차례 취소했다. A씨는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파혼을 고민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결국 결혼식을 올렸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A씨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전세로 마련했다.

결혼 생활은 삐걱거렸다.

신혼여행 직후부터 B씨는 남편이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는 동안 계속 전화해 들어오라고 요구했고, A씨에게 점심때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까지 캐묻고 의심했다. 심지어 같이 밥을 먹었다는 사람에게 밤늦게 전화해 사실이 맞느냐고 물었다. 또 몰래 휴대전화 위치추적 서비스를 신청해 A씨를 감시하기도 했다.

말다툼이 심해지면서 A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아내를 주먹으로 때려 타박상과 손가락 골절상 등을 수차례 입혔다.

결국 1년 만에 A씨는 B씨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집을 나왔다.

B씨는 A씨가 집을 나가기 며칠 전 집 전세보증금을 빼 새 아파트를 사고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 등기를 했다. 한 달 뒤에는 혼자 구청에 가 혼인신고를 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혼인 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1심은 혼인을 무효로 판단하고 재산분할 청구도 받아들여 B씨가 집을 살 때 쓴 A씨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라고 명했다.

B씨는 이에 항소했고 A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을 물어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김용석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이 혼인이 무효라고 다시 확인하고 재산분할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비록 사실혼 관계에 있는 당사자 일방이 혼인신고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혼인 의사가 결여됐다고 인정되는 한 그 혼인은 무효”라며 “몰래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상대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위자료 1천만원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B씨가 낸 맞소송도 일부 받아들여 “사실혼 관계가 파탄에 이른 데에는 부정행위를 의심해 부부간 신뢰를 손상케 한 아내의 책임도 있으나, 신혼 초부터 아내를 존중하지 않고 수시로 중한 폭행과 폭언을 한 남편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며 A씨가 위자료 1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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