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런던올림픽 수영대표팀 선발과정도 비리 개연성 포착

검찰, 런던올림픽 수영대표팀 선발과정도 비리 개연성 포착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6-02-23 13:30
수정 2016-02-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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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3일 대표선발을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한 대한수연연맹 전무이사 정모(56)씨를 비롯한 특정 간부가 수영 국가대표 선발 과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전횡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2000년 이후 선수 선발 과정 전체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속된 정 전무 외에 연맹 총무이사인 박모(49)씨도 대표 선발 비리에 깊숙히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수영클럽을 운영하는 박 이사는 자기 클럽 소속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정 전무에게 상습적으로 금품을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전무는 학부모를 상대로 ‘A클럽에 들어가야 대표로 선발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A클럽을 홍보했고 실제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A클럽 선수를 대거 대표로 뽑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두 사람은 연맹 내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였으나 지난해 대표 선발을 둘러싼 알력 싸움 과정에서 갈라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이사는 최근 한 두 차례 참고인으로 검찰에 출석해 정 전무가 연맹에 몸담은 뒤 연루된 비리를 소상히 진술했다.

검찰은 정 전무를 비롯해 연맹 주요 간부가 선수 선발 비리에 조직적으로 가담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수영연맹에 2000년부터 최근까지의 대표팀 선수 명단 전체를 제출하라고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는 정 전무가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정 전무가 실제 선수 선발 과정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은 추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수영연맹이 2010∼2013년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규정을 어기고 선발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해당 기간에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가 줄줄이 열렸다.

 수영연맹은 경영·다이빙·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수구 등 4개 세부 종목 중 다이빙과 싱크로의 대표 선발전을 생략하고 해당 종목 위원회 추천과 경기력향상위원회 심의로 국가대표를 뽑았다. 대표팀 코치도 전원 이런 방식으로 선발됐다. 당시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은 정 전무였다. 정 전무는 대표선수 및 코치 선발의 전권을 쥐고 위원회를 좌지우지했다.

아시안게임·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 등 3개 메이저 대회에 한해 대표 선발전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연맹 규정이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무시됐다. 수영계 관계자는 “2014년 이전까지 수영 국가대표 선발은 연맹 소수 기득권층의 전유물이었다”며 “경영 종목도 최고기록 보유자를 선발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꿈나무를 키운다’는 등의 명분으로 기록과 관계없이 특정 선수를 선발하는 관행이 만연했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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