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만 능사 아니죠”…탈선·결손학생 돌보는 경찰관들

“처벌만 능사 아니죠”…탈선·결손학생 돌보는 경찰관들

입력 2016-02-22 13:31
수정 2016-02-2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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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지난해 후반기 ‘베스트 학교전담경찰관’ 선정

“범죄를 저지른 아이를 처벌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인도하는 것이 경찰관의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북 포항 남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인 박태근 경위는 지난해 11월 담당 학교의 한 고교생이 휴대전화 인터넷 사기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대로 놔두면 전과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박 경위는 이 학생과 면담을 시작했다. 부모도 만나 이러한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알렸다.

지인을 통해 아르바이트 자리도 마련해줬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이 학생은 결국 사기를 벌이려던 생각을 접었다.

박 경위는 지난해 10월에는 관내의 한 중학교에 상습 가출과 결석을 하는 학생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매주 두세 차례씩 만났다. 얘기를 나눠 보니 탈선 원인은 부모의 갈등과 무관심 탓에 찾아온 정서적 불안감이었다.

해결책이 관심을 주는 것뿐이라고 판단한 박 경위는 이 학생과 수시로 SNS로 대화를 나눴고, 만날 때마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존감을 되찾은 이 학생은 더는 가출과 결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전 중부경찰서의 김성중 경위는 7년 전부터 부모 없이 할머니 밑에서 사는 1살, 4살, 11살짜리 3남매의 실질적 아버지가 됐다.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가출로 ‘고아’가 돼버린 이들 3남매가 주변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이 안타까웠다.

장학단체에 사연을 소개해 장학금을 받게 하고, 청소년 스키캠프에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매월 사비로 용돈을 주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이들 3남매는 가족이 돼버렸다. 미용사 자격증이 있는 김 경위의 아내는 수시로 머리를 깎아줬고, 김 경위의 자녀 역시 3남매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

김 경위는 “학생들로부터 ‘아저씨처럼 남을 도와주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박 경위나 김 경위처럼 학교폭력 예방 공적이 뛰어난 학교전담경찰관 5명을 지난해 하반기 ‘베스트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선발해 경찰청장 표창과 이틀의 포상휴가를 줬다고 밝혔다.

2012년 신설된 학교전담경찰관은 첫해 193명으로 시작했다가 지난해 1천138명으로 늘었다. 전담 경찰관 1명이 담당하는 학교는 평균 10곳이다.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에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2013년 2.1%에서 지난해 0.94%로 줄었고, 검거된 학교폭력 가해자도 2013년 1만7천385명에서 지난해 1만2천495명으로 급감하는 등 성과도 나타났다.

경찰은 학교폭력 전담경찰관의 역할을 기존 학생·학교폭력뿐 아니라 성범죄나 아동학대 등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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