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특정 다수에 피해를 줘 심리보상 얻기 위해 범행”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를 남겼다가 붙잡힌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이 남성은 검찰로 송치된 이후 추가 조사에서 “범행 후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인천지검 공안부(윤상호 부장검사)는 18일 폭발성물건파열 예비, 항공보안법 위반, 특수협박 혐의로 A(36)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8분께 인천국제공항 1층 남자화장실 첫 번째 좌변기 칸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를 남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범행 후 실시간 뉴스 속보가 이어지고 온 나라가 테러공포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것과 같은 자극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휴대전화로 폭탄 제조법 등을 검색한 뒤 집에 있던 부탄가스 등을 길에서 주운 화과자 상자에 부착한 뒤 상자 안에 시한장치를 위장한 악기조율기를 전선, 비올라 줄로 연결해 폭발물 의심 물체를 만들었다.
A씨는 쇼핑백에 담은 폭발물 의심 물체를 화장실에 설치한 뒤 2분 만에 공항을 빠져나가 자택이 있는 서울로 도주했다가 범행 닷새 만인 이달 4일 검거됐다.
앞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를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남긴 이유와 관련해 “외국인이 한 범죄로 보여 경찰의 추적에 혼란을 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 아랍어 메모는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컴퓨터로 출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유튜브에서 가짜 폭탄을 터뜨리면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이 담긴 외국 동영상을 보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원을 나온 비올라 전공자로 무직인 A씨는 “취업이 안 돼 돈이 궁했고 짜증이나 평소 사회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과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사회 불만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며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가해 심리 보상을 얻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공항과 여객터미널 등 다중밀집 장소에서 테러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정원, 검찰,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관계기관과 유기적인 테러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