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폭언에 분신 시도한 아파트 경비원 결국 숨져

주민 폭언에 분신 시도한 아파트 경비원 결국 숨져

입력 2014-11-07 00:00
업데이트 2014-11-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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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의 비인격적 대우에 분신을 시도했던 50대 경비원이 결국 숨졌다. 7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등에 따르면 강남구의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경비원 이모(53)씨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숨을 거뒀다. 사진은 이날 한양대 병원에 마련된 빈소. 연합뉴스
입주민들의 비인격적 대우에 분신을 시도했던 50대 경비원이 결국 숨졌다. 7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등에 따르면 강남구의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경비원 이모(53)씨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숨을 거뒀다. 사진은 이날 한양대 병원에 마련된 빈소.
연합뉴스
입주민들의 비인격적 대우에 분신을 시도한 50대 경비원이 결국 숨졌다.

7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등에 따르면 강남구의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경비원 이모(53)씨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이씨는 지난달 7일 오전 9시 30분께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인화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불을 붙여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 왔다.

노조와 유족 등은 분신 직전에도 입주민 A씨가 이씨에게 폭언을 퍼붓는 등 비인격적 대우가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결국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씨의 동료 경비원은 “다른 동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항상 밝던 이씨가 지난 7월 A씨가 사는 동으로 옮기면서 갑자기 말수가 줄고 ‘그 입주민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분신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 A씨 등 행동이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유족들은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다행히 2천만원 상당의 치료비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사회공헌서비스인 ‘희망해’ 측에서 전달한 성금으로 충당해 빚더미에 오르는 것은 면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전했다.

유족들은 이에 지난달 28일 근로복지공단에 이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신청했다.

법률사무소 새날의 권동희 노무사는 “업무상 정신질환이 발생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우 산재 인정이 가능하다”면서 “이씨는 (경비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다는 A씨가 사는) 다른 동으로 옮긴 지 한 달 만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가족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도, 정작 분신 당일에는 이씨에게 별다른 폭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오후 2시 40분부터 본격적인 조문이 시작됐다.

일반 조문객 외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우원식 의원과 이미경 의원, 김상희 의원, 진선미 의원,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등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씨의 아내는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도 (남편이) 애통하게 가버려서 너무나도 슬프다”고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씨가 생전 근무했던 압구정동 모 아파트에서 8일 오전 11시께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9일 오전 11시께 이씨를 추모하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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