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21’ 야구광 안중근 학생 장례도 눈물 속 거행

”벚꽃 앞에서 같이 사진 찍었잖아요. 함께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데… 선생님 보고싶어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일본어 담당 고(故) 유니나(28·여) 교사를 태운 운구 차량이 고대안산병원 장례식장을 떠나 단원고 정문으로 들어온 11일 오전.

교복 차림의 재학생들이 밖으로 나와 길게 도열했다.

저마다 다른 추억과 다른 슬픔을 안은 학생들은 수년간 자신들을 가르친 선생님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 교사의 오빠 건우(30)씨가 환하게 웃고 있는 여동생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차량에서 내리자 학생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이내 울음바다로 변했다.

학생들은 고개를 푹 숙인채 선생님의 영정을 2학년 1반 교실로 안내했다. 가는 길목마다 학생들이 줄지어 서 끊임없이 흐느꼈다.



훌쩍거리는 학생들로 가득한 복도를 지나자 책상마다 하얀 국화가 가득 놓인 유 교사의 3층 교실이 나왔다.

2학년 1반을 포함한 모든 교실 책상이 국화로 뒤덮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모두가 애타게 너를 찾았는데, 왜 이렇게 갔니…”

유 교사의 영정은 미소짓고 있지만 그 곁을 지킨 모든 이가 울었다.

2학년 교무실에 들렀을때엔 유 교사의 어머니가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큰 소리로 통곡했다. 그 옆엔 참담한 표정의 유 교사 아버지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공유했을 남자친구도 커플링을 넷째 손가락에 그대로 낀 채 함께 있었다.

’유니나쌤♡’ ‘유니나 선생님’ 등 학생들이 써붙인 편지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살아 돌아올 거란 희망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은 듯 했다.

유 교사의 물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화장터와 장지로 향할 때까지도 학생들은 교문 앞까지 늘어서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동료 교사와 친지 어르신들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들게 그를 떠나보냈다.

운구는 단원고를 졸업한 남자 제자 6명이 맡았다. 올해로 4년차인 유 교사에겐 단원고가 첫 발령지였다.

휴일에도 수업 자료를 만들만큼 열정적이던 그는 제자들 일부가 잠든 경기도 화성 효원납골공원에 영면하게 됐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단원고 2학년 7반 고 안중근(17)군의 장례가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군자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평소 프로야구, 특히 두산 베어스팀을 좋아해 전남 진도실내체육관과 빈소에서까지 ‘21번 안중근’이라고 적힌 야구 유니폼이 함께 했는데 발인까지도 그랬다.

안 군은 과묵하면서 의리가 있어 어려운 친구들을 도울 줄 알고 가족들을 끔찍이 챙겼던 효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키가 180cm 가까이 될 만큼 덩치가 큰 데다 안중근 의사와도 이름이 같아 친구들은 안 군을 ‘나라를 구한 안중근’ 등으로 부르곤 했다.

그토록 듬직했던 안 군은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가 돼 평택 서호추모공원 납골당에 안장됐다. 매 순간 함께했던 등번호 21번 유니폼은 납골당까지는 함께하지 못했다.

한편 이날 유 교사와 안 군의 발인이 엄수됨으로써 현재 단원고 실종자는 교사 2명과 학생 6명이 남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