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었나, 안 묶었나” 요양병원 환자 결박 논란

“묶었나, 안 묶었나” 요양병원 환자 결박 논란

입력 2014-06-02 00:00
업데이트 2014-06-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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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평소엔 결박한 듯”…화재 당일엔 ‘글쎄’병원·소방당국 “묶인 환자 없었다”’신체억제 지침’ 준수했나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당시 일부 환자의 결박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와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경찰관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병원 측이 평소 일부 환자의 손이나 발을 묶어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화재 당시 침대에 몸이 묶인 환자가 있었는지, 있다면 몇 명이었는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

◇ “환자 손목 묶은 천, 가위로 잘랐다”

구조에 참여한 한 소방관은 연기로 뒤덮인 별관 2층에서 누군가가 가위를 찾아 환자의 몸을 묶었던 천을 잘라낸 뒤 구조했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수년간 치료를 받다가 별관 건물 관리인 역할을 했다는 60대 환자는 “환자 손목에 묶인 천을 가위로 잘라냈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주장했다.

한 의사는 “사고 전 일부 환자를 묶은 것은 맞지만, 신경안정제를 과다하게 투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가족은 손이나 발목에 결박 흔적이 있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코를 통해 영양제를 투여하는 환자, 주삿바늘을 빼버리거나 의료진을 발로 차는 등 저항이 심한 환자들은 2시간가량 묶어두고 15분가량 결박을 푸는 방식으로 신체를 억제했다는 간호부 직원의 경찰 진술도 있었다.

◇ “화재 때 침대에 묶인 환자 없었다”

병원 측은 화재 발생 직후부터 결박 사실을 부인했다.

병원 측은 사고가 난 지난달 28일 오전 기자들을 상대로 한 경과 브리핑에서 일부 환자가 침대에 묶여 있었느냐는 질문에 “묶인 환자는 없었다”고 답했다가 “확인하고 말해주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브리핑에는 이사문 이사장과 이형석 행정원장이 참여했다.

화재 당시 근무한 한 의사도 지난 1일 경찰 조사에서 “화재 당일 묶인 환자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해 화재 당시 환자 결박에 대해 결론 낼 방침이어서 병원 측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조만간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신체 억제 지침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직후 소방당국이 앞장서 결박 의혹을 부인한 것도 석연치 않다.

이민호 담양소방서장은 사고 발생 당일 오전 기자들을 모아놓고 “환자를 묶은 천을 가위로 잘랐다는 보도는 오보”라며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서장은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는 “우리(담양소방서) 직원이 구조하면서 가위로 자른 일이 없다는 뜻이었다”며 “병원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라 (사실 확인이 안된 채)현장에서 일파만파 퍼져서는 안 될 내용인 것 같아 명확히 하려던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나 지원 출동한 다른 소방서 직원들에게 환자 결박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이 서장은 밝혔다.

◇ 신체 억제 자체로 불법 아닌데…병원 과민반응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의 신체를 억제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전국 요양병원과 시·도(시군구 보건소)에 배포한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한 지침에 따르면 의사가 환자 상태를 평가해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등 문제행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으면 신체 억제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체 억제대는 전신 혹은 신체 일부분의 움직임을 제한할 때 사용되는 모든 수동적 방법이나 물리적 장치·기구를 말한다.

사용 시간은 최소한으로 해야 하며 의사의 처방(1일 1회 처방 원칙)을 토대로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사용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동의를 받도록 했다.

신체 억제대 사용 부작용을 막으려면 최소 2시간마다 환자상태를 관찰하고 욕창 발생 예방을 위해 체위도 변경하도록 명시했다.

신체 억제대 사용에 대한 병원 측의 과민반응은 동의절차 등 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거나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관리하려고 신체 억제대를 오남용했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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