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전 승객 73% “선원 지시따라 대피”…지금은

세월호참사 전 승객 73% “선원 지시따라 대피”…지금은

입력 2014-05-30 00:00
업데이트 2014-05-3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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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 황광일 교수 “승조원 초기 대응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줘”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기 전에 여객선을 이용한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운항 중에 재난을 당한다면 승조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밝힌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세월호에 탄 승객 대부분이 이 조사 결과처럼 승무원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으나 선장 등 선원들은 침몰하는 배 속에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먼저 탈출해 대참사로 이어졌다.

한국해양대 황광일(기계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인 지난 2월 21일과 22일 제주여객터미널 등지에서 여객선 15척에서 막 내린 394명을 상대로 ‘국내 여객선 승객의 선박 안전 의식 조사’를 했다.

황 교수는 이 조사 결과를 최근 한국마린엔지니어 학회지에 소개했다.

30일 이 조사에 따르면 재난 때 가장 효과적이고 유효한 피난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승객 56%는 ‘승조원의 지시’, 17.3%는 ‘선내 방송’이라고 응답했다.

비상표시등(16.8%), 피난경로지도(9.4%)가 그 뒤를 이었다.

승객의 73.3%가 승조원의 지시나 안내에 따라 행동하는 게 가장 안전하게 대피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황 교수는 “세월호 사고 때 승객 대부분이 ‘제자리를 지키라’는 선내 방송을 따라 선실에 남아 있다가 큰 희생으로 이어진 것에서 보듯이 승객들은 승조원의 지사나 안내를 굳게 믿기 때문에 긴급 상황 때 선원들의 신속하고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승선 중에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재난이나 위험상황으로는 침수·침몰(60.9%)을 꼽은 승객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화재(21%), 난파 (14.1%) 등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특히 조사대상 승객 가운데 14.6%가 방금 내린 여객선에서 진행된 안전교육을 인지했다고 답해 여객선에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비행기 탑승 경험이 있는 여객선 승객의 60.8%가 승무원에게서 비상시 안전교육을 받은 기억이 있다고 응답한 것과 대비된다.

따라서 여객선에서 이뤄지는 안전교육이 승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황 교수는 지적했다.

또 타고온 여객선의 피난경로가 그려진 대피경로도와 구명정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응답한 승객은 각각 42.2%와 40.9%에 그쳐 유사시 절반 이상이 대피경로 등을 몰라 승조원들의 적절한 안내 등이 없으면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비상경보음이 울렸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할 거냐는 질문에 ‘구명복을 입는다’(40.8%)거나 ‘즉시 피난한다’(16.4%)는 등 능동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응답자가 ‘다음 방송을 기다린다’(17.9%)는 수동적인 응답자보다 훨씬 많았다.

첫 번째 경보음이 울렸을 때 동료와 함께 있지 않거나 객실이 아닌 공간에 있을 때는 ‘동료를 찾겠다’(49.7%), ‘선실로 돌아가겠다’(10.2%)는 응답이 ‘즉시 피난한다’(38.5%)보다 더 높게 나와 승객의 분산 정도가 피난시간 계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황교수는 분석했다.

피난하는데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는 통로 혼잡, 병목현상(25.0%), 화재로 인한 연기(24.7%), 탈출경로 모름(21.2%), 화염(15.9%), 여객선의 흔들림(12.1%) 등을 꼽았다.

승객을 위한 피난관련 매뉴얼 개발과 교육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76.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황 교수는 “승객 대부분이 승조원 지시를 따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 이번 조사 결과는 승조원의 초동 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시켜주었다”면서 “세월호 사고 이후 승객들의 인식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조만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다시 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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