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소통’…대학가 ‘대신 전해드립니다’ 눈길

’익명으로 소통’…대학가 ‘대신 전해드립니다’ 눈길

입력 2014-05-25 00:00
업데이트 2014-05-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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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익명으로 사연 전해…”외로운 학생들 소통 욕구 분출”

“월요일 오후 6시 경제학 입문(수업)에 매일 야구모자에 후드 입고 오는 여성분 남자 친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성균관대)

”오늘은 아동가족학과 14학번 엠티입니다. 모든 동기가 다치지 않고 조심히 갔다 왔으면 좋겠어요!” (경희대)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친구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오히려 ‘익명’을 매개로 한 새로운 소통 방식이 대학가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SNS의 대표주자 페이스북에는 대학별로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페이지가 잇따라 등장했다.

이 페이지는 이름 그대로 특정인, 혹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개인의 메시지를 운영자가 익명을 보장한 채 ‘대신 전해주는’ 곳이다.

새 학기가 시작한 지 석 달째인 요즘 이들 페이지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열렬한 사랑의 메시지들. 수줍게 쪽지로 전하던 과거 방식이 ‘21세기형’으로 진화한 셈이다.

성균관대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개설된 지 1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게재된 글 수가 벌써 1천 개에 육박한다.

이 페이지를 관리하는 성균관대 공학계열 13학번 김모(20)씨는 “직접 꺼내기 어려운 말도 익명을 방패 삼아 속 시원하게 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서먹한 친구들 사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핑크빛 메시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운동장에서 휴대전화를 가져가신 분은 분실물 센터에 갖다 달라”며 분실물 신고도 하고, “기숙사에서는 목소리를 낮춰주세요”라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최근 개인 사정으로 모임을 떠난 서울대 사회학과 김모(22·여)씨는 서울대판 ‘대신 전해드립니다’인 ‘서울대 대나무숲’에서 해당 모임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직접 연락하기엔 용기가 나지 않았고, 트위터에 직접 올리자니 다른 사람에게 나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며 “라디오 방송에 익명으로 사연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 중·고등학교에도 비슷한 페이지가 개설돼 구성원들의 마음을 실어 나르고 있다.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심영섭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과거보다 더 외롭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SNS는 자신의 생활이 ‘유리알’처럼 노출되는 공간이라 정작 소통이라는 알맹이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공격적이거나 은밀한 마음까지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익명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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