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아동 우는데 이렇게 싸웠다

성폭력 피해아동 우는데 이렇게 싸웠다

입력 2014-04-07 00:00
수정 2014-04-0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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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로 아동 성범죄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화상협력시스템’ 도입이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청와대도 중재에 나섰지만 피해 아동의 처지는 뒷전인 채 수사에 관한 주도권 싸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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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협력시스템은 4대악 척결과 관련, 지난해 6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의 파일럿(시범사업)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현행 사법 체계상 성범죄 피해 아동은 경찰·검찰 조사에 이어 법정 증언까지 최소 3차례 이상 끔찍한 피해 경험을 반복 증언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조사 횟수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경찰관 조사 과정에 검사가 화상으로 참여토록 했다.

논의는 대검찰청 형사2과와 여가부 권익증진국, 경찰청 여성청소년과를 주축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제도의 이름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당초 ‘화상지휘시스템’이었던 명칭은 경찰의 반발로 검찰의 상징인 ‘지휘’라는 단어를 빼고 ‘화상협력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이어 경찰은 ‘지시’, ‘지휘’, ‘보고’ 등 검찰 위주의 단어 하나하나를 문제 삼았고, 검찰은 경찰이 검찰을 압박하기 위해 쓰는 ‘간섭’, ‘감시’ 등 거슬리는 표현에 발끈했다. 지난 2월 26일 열린 3차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는 결국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경찰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연결 모니터를 통해 경찰 조사 과정을 지켜본다는 사실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경찰 측은 급기야 “검사가 몇 시간이나 걸리는 진술조사 과정을 제대로 지켜보고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검사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자”는 주장까지 했다. 검경이 특히 첨예하게 부딪치는 부분은 경찰의 ‘이의제기권’이다. 경찰은 운영지침의 단서 조항으로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검사의 질문권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꼭 필요한 질문조차 거부한다면 검찰이 조사에 참여하는 의미가 없다”며 논의 자체를 부정했다.

여가부는 경찰 측에 ‘시스템 도입을 지휘권 문제로 여기지 말아줄 것’을, 검찰 측에는 ‘표현이나 지침상 내용을 완화해 줄 것’을 각각 요청했다. 아울러 진행 상황을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해 왔다. 그러나 결국 이의제기권 등 이견들은 좁혀지지 않았다. 관계 부처 수뇌부의 합의가 어려울 경우 여가부는 2011년 ‘내사 지휘권’을 둘러싼 검경 충돌 때처럼 국무조정실의 ‘마지막 중재’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와 시범사업이 처음 실시될 서울 보라매 원스톱 지원센터에는 시스템 도입을 위한 장소와 장비들이 모두 마련된 상태다. 여가부 관계자는 “청와대에 다시 중재를 요청해도 실행 지시만으로 원활히 이뤄질 일은 아니다”면서 “성범죄 피해 아동들을 위해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 접점을 찾고 긴밀히 협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4-04-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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