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험해지는 잠버릇, 그냥 넘겼다간...”

“나이 들어 험해지는 잠버릇, 그냥 넘겼다간...”

입력 2014-03-19 00:00
업데이트 2014-03-19 10:3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나이가 들어갈수록 잠버릇이 험해진다면 ‘렘수면 행동장애’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파킨슨병이나 치매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연구에서는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7명 중 3명이 파킨슨병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렘(REM)수면이란 몸은 자고 있으나 뇌는 깨어 있는 상태의 수면을 말한다. 이 수면상태에서는 안구운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대부분의 꿈은 이 수면 상태에서 꾸게 된다.

 

경기도 용인의 윤모(63)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갈수록 심해지는 잠버릇 때문에 고초를 겪던 아내가 병원으로 데려온 것. 윤씨의 잠버릇은 단순한 잠꼬대나 잠투정 수준이 아니었다. 자다가 소리를 지르며 벽을 치기도 하고, 아내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은 이런 잠버릇을 아예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병원에서 윤씨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렘수면 행동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윤인영(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60대 이상 노인 348명을 대상으로 야간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가운데 7명이 ‘렘수면 행동장애(RBD)’를 가졌으며, 이 가운데 3명은 파킨슨병에 따른 렘수면 행동장애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우리나라 노인의 렘수면 행동장애 유병률은 2.01%로, 이는 지금까지 외국에서 보고된 유병률(0.38~0.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그동안 렘수면 행동장애가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 등 뇌의 퇴행성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국내에서 렘수면 행동장애 유병률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가 하면 신체적 행동과 같은 임상적 증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수면다원검사상 렘수면 동안 근긴장도가 증가하는 ‘무증상 렘수면 행동장애’도 적지 않아 전체 조사 대상자의 4.95%인 18명이 잠재적으로 렘수면 행동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가진 ‘무증상 렘수면 행동장애’로 진단되었다.

윤인영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는 발병 5년 내에 20%, 10년 내에 40%의 환자가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우리나라 노인들이 서구권보다 높은 렘수면 행동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이 확인된만큼, 나쁜 잠버릇을 가볍게 봐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렘수면 행동장애로 진단받았다면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뇌 퇴행성 질환 예방을 위해서라도 주기적으로 정밀한 신경학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자다가 소리를 지르고, 팔을 휘두르는가 하면 다리로 차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이면서도 자신은 ‘무언가에 쫓기거나 싸우는 꿈을 꿨다’고 기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검사 중 렘수면 중에 근력 긴장도가 증가되는 상태를 관찰하면 유병 여부를 알 수 있다.

윤인영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는 수면 중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스스로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정확한 진단 후에는 약물치료 등으로 뚜렷한 증상 호전을 얻을 수 있으며 경과도 좋은 편”이라며 “따라서 악몽을 꾸는 일이 잦거나, 함께 자는 배우자가 수면 중 이상 행동을 보일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수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수면 연구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Sleep’ 최근호에 게재됐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