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사업 늘린 복지… 일할 공무원은 없다

예산·사업 늘린 복지… 일할 공무원은 없다

입력 2014-03-18 00:00
수정 2014-03-1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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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30% 증액·292개 사업 진행

‘송파 세 모녀 동반 자살 사건’ 이후 정부는 ‘찾아가는 복지’를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인력난에 악성 민원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의 자치구 주민센터 복지 담당 공무원 1명당 기초생활수급자 100여명을 관리하는 등 극심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복지 대상자를 새롭게 발굴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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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0년 81조원이던 보건·복지 예산은 4년간 30.9% 늘어나 올해 106조원이 책정됐다. 올해 책정된 복지사업만 17개 부처 292개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기준(잠정치)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2만 5403명에 그쳤다.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가 135만여명에 이른 만큼 복지 담당 공무원 1명당 기초생활수급자 53명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일선에서 복지 대상자들을 직접 관리하는 공무원 숫자는 더 부족하다. 기초생활수급자가 20만명이 넘는 서울의 주민센터 복지팀 공무원은 1925명에 불과했다. 1인당 105명꼴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강서구는 주민센터 공무원 1명이 평균 191명을 담당하는 등 자치구별 편차도 크다.

장애인등급심사, 기초노령연금, 노인일자리, 장기요양보험 등도 복지 담당 공무원 몫이다. 충북지역 한 복지 담당 공무원은 “데이터 관리도 소화하기 힘든 상황에 숨어 있는 복지 대상층까지 발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2011년 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하겠다며 2014년까지 행정직을 포함한 복지 담당 공무원 인력을 7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복지 담당 공무원은 2010년 6월 기준 2만 2461명에서 2013년 6월 기준 2만 5403명으로 3년간 2942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계획 대비 50% 수준만 증원된 것이다.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동반 자살 소식이 이어지자 악성 민원까지 더해지고 있다. 일부 민원인은 사회복지 대상자가 아님에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실정이다. 서울 자치구의 복지 담당 공무원은 “사회복지 대상자가 아닌데도 찾아와 떼를 쓰거나 심지어 ‘당신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 가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최근 업무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민원 신고가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복지 전담 인력과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력이 2배는 늘어야 한다”면서 “행정직 공무원들을 복지 분야로 옮기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든 부처에서 복지사업 예산이 책정되다 보니 인력에 비해 사업이 지나치게 많다”며 “서비스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정책·인력 예산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3-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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