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인력’ 코레일열차서 승객 발낀채 끌려가다 숨져

‘대체인력’ 코레일열차서 승객 발낀채 끌려가다 숨져

입력 2013-12-16 00:00
업데이트 2013-12-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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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신호수 사고발생 수신호 보냈으나 열차 출발

철도노조 파업으로 대체 인력이 투입돼 운행하던 코레일 열차에서 80대 승객이 열차 문에 발이 끼인 채 끌려가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목격한 안전신호수 직원이 기관사 쪽으로 수신호를 보냈으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경위 = 16일 코레일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승객 김모(84·여)씨가 오이도행 K4615열차에서 내리다 닫힌 문에 발이 끼였다.

불과 5m 거리에 떨어진 승강장에서 이를 목격한 안전신호수(64)가 수신호로 사고가 난 사실을 알렸으나 열차는 출발했고 김씨는 문에 끼인 채 1m 이상 끌려가면서 스크린도어 등에 머리를 부딪혔다.

열차는 김씨가 스크린도어와 충돌한 이후 상당한 거리를 운행한 뒤에야 멈춰 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구급요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왜 났나 = 열차가 출발하기 전 승객의 승·하차를 눈으로 확인한 뒤 전동차 안과 밖에 있는 승무원과 안전수신호 직원 간 주고받는 신호만 제대로 전달됐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확인됐다.

코레일은 통상 지하철 전동차 한 대 당 승무원을 한 명씩 태워 기관실에서 승객의 승하차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출입문을 여닫도록 하고 있다.

사고 당일에는 철도파업으로 대체 투입된 한국교통대학교 의왕캠퍼스(철도대학) 재학생(19)이 승무원 업무를 대신 맡았다.

이 학생은 열차가 출발하기에 앞서 기관실에 있는 모니터에 경고표시등에 이상이 없고 열차 밖으로 고개를 빼 승객이 모두 타고 내린 것을 확인한 뒤 출입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목격한 직원 수신호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코레일 관계자는 설명했다.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은 8월께부터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를 시작, 안전사고에 대비해 승강장에서 근무하는 안전수신호 용역직원을 따로 둬 왔다.

당시 근무했던 안전신호수는 경찰조사에서 “할머니가 몸이 절반 정도 나온 상태에서 문에 끼였다. 수신호를 보냈지만 열차가 출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문이 10㎜만 열려도 열차가 출발할 수 없다. 해당 열차에 고장표시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 CCTV 화면에도 사고현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경찰과 협조해 사고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기관사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철도파업’ 무리한 대체인력 탓? = 철도노조는 사측이 파업 후 무리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해 빚어진 사고라고 지적했다.

해당 전동차를 운행한 기관사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필수업무유지 인력이었지만 열차 출입문 개폐 조작을 담당한 승무원은 대체 투입된 철도대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지하철 전동열차 승무원 대체인력으로 철도대 재학생 238명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코레일은 기관사가 아닌 승무원의 역할은 출입문 개폐 등 단순업무이기 때문에 철도대 학생에게 3일간 교육 후 실습형식으로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은철 철도노조 대변인은 “과거엔 승무원(차장)이 되려면 역무원 3년, 수송원 2년 등 5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차장등용 시험자격이 주어졌다”며 “사측이 무자격 외부대체 차장을 투입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숨진 김씨의 아들도 “여든이 넘으셨지만 평소 활동을 많이 하실 정도로 정정하셨는데 한순간에 이렇게 가셨다니 황당하다”며 “뉴스에서 철도에 대체인력이 투입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승객들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인데 어떻게 경험이 없는 사람을 직원으로 투입할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코레일 관계자는 “과거 차장이라고 불렸던 승무원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통해 직위를 부여해왔으나 업무가 단순해 최근 이같은 제도를 없앴다. 대체인력에 충분한 교육을 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부서와 협의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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