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송전탑 때문” vs 경찰 “음주, 돼짓값 하락 등 복합적 원인”

경남 밀양지역 송전탑 경과지 마을 주민 유한숙(71)씨가 음독해 숨진 것과 관련, 유씨 자녀들은 8일 “아버지는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날 빈소가 차려진 밀양 영남 종합병원 농협 장례식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히고 “경찰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음독 원인을 왜곡하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지난 2일 음독한 유씨가 이송된 부산대병원에서 음독 이유를 물은 경찰관들에게 ‘765㎸ 송전탑 때문에 그랬다. 더 살고 싶지 않다’고 직접 말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당시 이 말을 들은 경찰관은 휴대전화로 녹음하다가 굉장히 당황했으며, 황급히 녹음을 중단했다고 유족들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가장 중요한 본인의 진술은 쏙 뺀 채 유족의 최초 진술 일부와 주변 정황 등 지엽적인 사실을 짜깁기해 본질을 흐리거나 음독이 송전탑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이 음독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는 가정 불화와 관련해 유족들은 “(아버지가) 음독한 당일 오후 김장 문제로 어머니와 말다툼을 했을 뿐, 별다른 가정 불화는 없는 상태며 어느 집안이나 사소한 다툼은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유씨가 당시 술을 마셔 우발적으로 음독했을 것이란 경찰의 추측과 관련해서도 유족들은 “입원하고 나서 잠시 의식이 있었을 때도 ‘765㎸ 송전탑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경찰이 계속 음독 원인을 본질과 다르게 언론에 배포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전과 정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고 싶다. 이들로부터 사과를 받고 적절한 보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장례 일정 및 절차와 관련해선 “장례 일정을 연기했다”면서 “시신은 병원에 안치한 가운데 빈소는 오는 9일까지만 운영하고 이후에는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아버지가 송전탑 탓에 음독한 만큼 그 뜻을 받들어 송전탑 반대 투쟁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음독한 아버지가 3개 병원에 차례로 이송됐지만, 어느 병원에서도 제대로 위 세척을 받지 못했다”면서 “평소 자상하고 쾌활했으며 이웃과 잘 어울렸던 아버지가 음독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밀양경찰서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유족의 최초 진술 등을 토대로 판단해보면 유 씨는 음주, 돼짓값 하락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씨가 평소에 술을 마신 후 버릇처럼 ‘죽겠다’는 말을 했고 음독 당일에도 종일 소주를 3병 이상 마신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또 돼지가격이 하락하고 축사도 잘 처분되지 않아 고민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유 씨는 2일 오후 8시 50분께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마신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나흘 만인 6일 새벽 3시 50분께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