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요금청구서에 찍힌 ‘1만6천500원’의 전모

휴대전화 요금청구서에 찍힌 ‘1만6천500원’의 전모

입력 2013-08-28 00:00
업데이트 2013-08-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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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자동결제 관리·국내 최대 결제대행사 직원도 가담개인정보 유출 주의하고 피해 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직장인 조모(36)씨는 최근 이번 달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챙겨봤다가 3개월째 소액결제로 1만6천500원씩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이동통신사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상담원은 “휴대전화로 영화를 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내 개인정보가 도용된 것 아니냐”고 따지자 통신사 측은 결제 취소와 환불을 약속했다.

조씨는 몇 달 만에나마 청구서를 확인한 덕에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조씨의 통장에서 꼬박꼬박 돈이 새 나간 전모는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공짜 자료 보러 본인인증 했을 뿐인데…” =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3만여명으로부터 월 1만6천500원씩 모두 66억여원을 자동결제 방식으로 받아 가로챈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로 김모(35)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콘텐츠 제공업체(Contents Provider·CP) 대표인 김씨는 인터넷 키워드·블로그 광고 등을 통해 “최신영화 무료다운”, “프로그램 무료다운”, “각종 자격증 수험서” 등 문구로 이용자들을 자신의 홈페이지로 불러모았다.

이용자들은 무료회원 가입을 위한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면서 주민등록 번호, 휴대전화 번호, 이동 통신사 등 정보를 입력한다.

이 3가지 정보만 있으면 자동결제는 일사천리다.

김씨는 수집한 13만여명의 정보를 자동결제 시스템에 입력해 월 1만6천500원씩 결제되는 유료회원으로 강제 가입시켰다.

김씨는 이름만 다른 ‘낚시용’ 사이트를 24개나 개설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허울뿐인 다단계 관리·국내 최대 결제대행사 직원도 가담 = 자동결제 방식의 허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월 자동결제 상품으로 회원을 모집하더라도 첫 번째 결제 때는 회원이 직접 승인번호를 전송받아 입력해 자동결제에 대한 동의를 해야 하지만 김씨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일반적인 결제의 흐름은 CP-PG-이동통신사를 거친다. 김씨와 같은 CP는 결제대행업체(Payment Gateway·PG)에 결제요청을 하고, PG는 이동통신사에 가입자 인증 요청을 한다.

이동통신사의 인증결과를 받은 PG가 결제승인을 하면 CP는 이용자로부터 요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13만여명으로부터 40만여 차례에 걸쳐 불법 결제가 이뤄졌는데도 PG나 이동통신사의 적발은 없었다.

심지어 김씨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PG를 옮겨가면서 범행했고 일부 PG 직원은 다른 회사를 소개하거나 범행을 도왔다가 함께 입건됐다.

특히 휴대전화 결제 시 통지 문자메시지가 정상적으로 발송될 경우 피해자들이 결제사실을 인식할 것에 대비해 PG 직원은 “초특가 대박 이벤트” 등 문구를 삽입해 스팸 메시지인 것처럼 위장해 주기도 했다.

이 PG는 국내 최대 규모다.

◇관리·감독·제도보완 시급 = PG들은 CP사업자에게 일반·자동결제 모듈을 함께 제공해 사용하도록 하면서도 이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는 불법 요금 부과를 관리하는 데는 소홀하다.

불법행위가 적발돼 관계기관의 제재가 들어오면 결제를 차단하는 사후처방식 관행에 그치고 있다.

결제 통지 메시지를 스팸 메시지로 위장까지 한 사실에 착안해 이용자들이 결제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표준 통지방식을 정해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지난 3월 LGT는 자사 고객에게 발송되는 결제통지 메시지 내용을 정해진 형식으로만 발송하도록 PG들에게 의무화했다.

이후 이번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LGT 회원들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결제취소와 환불을 잇따라 요구하게 됐다는 경찰의 귀띔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방·대처의 3단계…공짜 조심-청구서 확인-환불 요구 = 일단은 공짜에 현혹돼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

’최신영화 무료감상’, ‘무제한 다운로드’와 같은 광고는 ‘낚시 미끼’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자신도 모르게 요금이 결제되고 있지는 않은지 휴대전화 요금내역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어린이나 노인들의 피해를 막으려면 이동통신사에 결제차단 신청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고 휴대전화 결제를 사용하더라도 한도를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경찰은 조언했다.

피해가 발생하면 미래창조과학부 전자민원센터(www.ekcc.go.kr), 휴대전화/ARS결제 중재센터(www.spayment.org), 한국소비자원(www.kca.go.kr), 결제대행사 고객센터 및 해당 업체 콜센터 등에 적극적으로 결제 취소와 환불을 요구하라고 경찰은 당부했다.

이동통신 3사도 피해자가 경찰로부터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제출하면 결제 청구를 보류·취소하거나 이미 결제된 피해액을 돌려주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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