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사건 항소심 막판에 ‘범죄의 재구성’ 되나

SK사건 항소심 막판에 ‘범죄의 재구성’ 되나

입력 2013-08-28 00:00
업데이트 201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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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동생에 마음의 빚…김원홍 요구 내키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은 “선친이 작고한 뒤 동생(최재원)이 상속 지분을 포기해 마음의 빚이 있었다. 김원홍(전 SK해운 고문)에게 돈을 보내 수익이 나면 동생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최 회장 대신 김원홍에게 돈을 송금한 최재원 부회장도 “수익이 나한테 온다고 얘기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종잣돈 마련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김원홍을 통해 옵션투자를 해 단기간에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고 투자수익을 얻기로 마음 먹고’라고 공소사실에 적힌 기존 범행 동기나 경위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최 회장 형제는 피고인 신문에서 2004년부터 범행 직전인 2008년 9월까지 김원홍 전 고문의 집요한 투자 권유가 있었던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김원홍이 SK C&C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달라고 했을 때 내키지 않았다”고 했고, 최 부회장은 “김원홍이 거듭 투자를 권유했으나 2007년께 돈이 다 떨어져 애를 먹었다”고 했다.

◇ 다시 정리된 공소사실 =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장 변경 신청을 권고하면서 기존 공소사실을 세 부분으로 나눠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 제1금융권뿐 아니라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에 어려움을 겪던 최태원 회장 등이 투자금과 금융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 SK 계열사로 하여금 베넥스 펀드에 선지급하도록 하고 ▲ 계열사 2곳이 선지급한 450억원을 김원홍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구분했다.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요구한 것은 첫 번째 부분이고, 유·무죄 판단의 핵심은 피고인들이 김원홍씨에게 회삿돈을 보내 횡령했다는 세 번째 부분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률상 (횡령) 범죄를 구성하는 부분은 김원홍에 대한 송금”이라면서도 “(두 번째 부분인) 선지급을 공소사실의 본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선지급 없이는 송금마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선지급 자체를 “범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한 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태원 회장이 항소심에서 이를 자백했기 때문이다.

앞서 재판부는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뉘우치면 양형에 참작하겠다”고 수차례 언급했고, 최 회장은 송금 관여 사실을 극구 부인하면서도 항소심에서 선지급 관여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범행의 동기와 경위가 피고인들에게 다소 유리하게 바뀌고, 최 회장 등이 이미 인정한 선지급 사실을 공소사실의 본질로 본다면 전체적으로 양형에 유리한 정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공소장 변경은 유·무죄 판단은 물론 양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원홍 없는 심리 종결에 이견 = 재판부가 김원홍씨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최태원 회장 측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자 법정 안팎에서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원홍이 사건을 기획하고 주도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재판부가 정작 김씨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게 됐는데도 신문 기회를 포기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김원홍이 체포돼서 귀국할 것이 100% 확실하다. 언제 들어올 것인지만 남았다. 대만 이민법 등을 연구해 의견서를 제출할테니 나중에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둘러싼 김원홍의 입장은 앞서 최태원·최재원 피고인 측이 제출해 증거로 채택한 김원홍의 녹음파일과 녹취록에 구체적으로 나와있다”며 증인 신청을 즉석에서 기각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원홍씨는 김준홍 전 대표에게 “너랑 나랑 그렇게 한 것이잖아”라는 말을 반복하며 최 회장 형제를 사건에서 배제하려고 애썼다.

재판부는 “김원홍이 언제 한국에 올지 모른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은 아니다”며 “당장 내일 온다고 해도 증인으로 채택할 의사가 없다”고 덧붙였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원홍은 법정에서 사건의 핵심 인물로 언급된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증언이 충실한 심리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증인 신청이 기각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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