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정옥성 경감, 50일만에 18일 시신 없는 영결식
자살하려고 바다에 뛰어든 남성을 구하려다 실종된 경찰관이 마지막으로 딸과 나눈 문자메시지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정옥성(46) 경감은 지난달 1일 인천 강화경찰서 내가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중 딸(16·중1)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딸은 오후 10시 34분 ‘아빠~~~’라고 문자를 보냈고, 정 경감은 ‘왜 코맹맹이 소리 하이까’라고 반갑게 답했다. 딸은 아빠에게 애교를 부리며 새우를 사달라고 졸랐다. 정 경감은 딸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던지 ‘너 혼자서 드셔요’, ‘주무시겨’, ‘책이나 보시겨’라고 강화도 사투리로 장난스럽게 답했다.
딸은 결국 아빠와 문자로 밀고 당기기를 하다 ‘할머니께 말할거야 새우 먹자고’고 한 뒤 ‘아…찡찡찡’라고 투정을 부렸다.
아기자기한 부녀의 문자 대화는 4분간 이어지다 10시 38분 끝났다. 정 경감은 섬 지역 근무로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딸과 문자로나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정 경감에게 ‘자살 의심자가 있으니 출동 바람’이라는 지령이 내려진 것은 그로부터 30분이 지나지 않은 11시 6분. 정 경감은 서둘러 외포리 선착장으로 출동했고 그곳에서 김모(45)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자살을 만류하는 정 경감을 뿌리치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정 경감도 김씨를 구하려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실종됐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50일 가까이 진행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해 18일 강화경찰서에서 정 경감의 영결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16일부터 강화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조문객을 맞았다.
경찰은 영결식 후에도 당분간 수색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정 경감은 1991년 청와대 경호실 지원부대인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22년간 경찰청장 표창 등 27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어머니(69), 부인(41), 2남 1녀가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