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 불안하다] 원전, 11년새 95회 가동중단…운영·정비·부품 ‘부실 三災’

[원전이 불안하다] 원전, 11년새 95회 가동중단…운영·정비·부품 ‘부실 三災’

입력 2012-10-31 00:00
업데이트 2012-10-3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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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원전 잦은 고장 왜

원자력발전의 잦은 고장 탓에 최근 11년간 4400억원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혈세가 그만큼 허투루 샌 것이다.한국전력은 값싼 기저전력(발전단가가 낮은 전기)인 원전이 멈추면 대신에 화력발전 등 비싼 전력을 구입해 공급할 수밖에 없다. 원전의 가동 중단이 전기요금 인상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잦은 고장도 체계적인 관리 부족과 무리한 운영에서 비롯된 만큼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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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창 무더울 때 사소한 고장으로 정지됐던 100만㎾급의 영광원전 6호기. 정비 후에도 고장과 발전중지가 반복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 7월 한창 무더울 때 사소한 고장으로 정지됐던 100만㎾급의 영광원전 6호기. 정비 후에도 고장과 발전중지가 반복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30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02~2012년 국내 원전이 고장으로 가동 중단된 경우는 95건이며, 가동 정지 일수는 총 573일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한 달 평균 30여억원, 총 4463억원으로 파악됐다.

발전소별로는 ▲울진 1호기가 7건에 1118억원으로 가장 많은 손실이 발생했으며, ▲영광 1호기 4건에 439억원 ▲울진 2호기 4건에 438억원 ▲고리 2호기 7건에 208억원 ▲울진 3호기 8건에 196억원이고 ▲나머지가 65건, 2064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 29일 경북 경주의 월성 1호기가 올 들어 4번째 고장으로 발전 정지됐다. 앞서 울진 2호기가 고장으로 정지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지난 2일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동시에 고장 난 데 이어 이달에만 4번째 고장이다.

한수원은 이번에도 “0등급 사고라 방사능 유출 등 위험은 없다.” “부품이 200만개라 고장은 원래 있는 것이다.”라고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지난 10년 동안 8차례 고장을 일으켰는데, 이번 고장까지 포함해 절반인 4차례가 모두 올해 발생했다. 1월에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 문제로 발전이 정지됐고, 7월에는 정비기간에 발전이 정지됐다.

지난달 16일에도 정상운전 중 발전기의 여자변압기 고장으로 터빈과 발전기가 정지됐다.

월성1호기는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29일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계획예방정비를 거쳤다. 정비를 마친 지 석 달 만에 2차례나 고장이 났다는 것은 운영에 이어 정비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는 방증이다.

실제 70~78일간 예방정비를 받던 고리 3호기와 영광 1호기가 각각 31일과 28일간만 예방정비를 받는 등 예년과 달리 전력수급 차질을 이유로 최근 원전 예방정비기간도 많이 줄어든 상태다.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두 달이 넘던 예방정비 기간을 한 달로 줄였다.”면서 “전력수급 부족으로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예방정비 기간 축소가 부실 정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30년간 축적된 정비기술이 있기 때문에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반론할 수 있지만 원전은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정비기간 축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허술한 부품관리 체계도 지적됐다. 대부분의 원전 가동중지가 부속부품 고장으로 인한 것이지만 사전검사는 일부 핵심부품에 한해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발생했던 원전사고 14건(시운전 원전 포함) 중 부품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횟수는 지난 7월 영광 6호기와 지난 8월 신월성 1호기, 지난 2일 신고리 1호기 등 모두 7건에 달했다.

그러나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에 부품 200만~300만개가 들어간다.”면서 “부품이 많아 작은 문제만 생겨도 멈춰 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특성상 사전에 막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부속부품에 대한 사전검사 강화와 부품신뢰도 향상이 잦은 고장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무환 포항공대 기계과 교수는 “원전 가동중지의 대부분 원인은 부속부품 고장”이라면서 “한수원은 부품 이력관리와 신뢰도 향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화된 부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부품 간의 간섭이나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원전 가동중지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지나치게 높은 가동률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전력난으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예방정비 시간이 짧아지고 원전의 스트레스가 높아져 고장 발생 위험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한국 원전 가동률은 프랑스 등 대표적 원전 운영 국가들의 가동률(60~75%)보다 높은 90% 수준으로 나타났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원전을 전력공급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운영한다면 위험하다.”면서 “현재 같이 발전소를 풀가동하는 수준에서는 원전의 빈번한 고장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와 한수원이 성과 위주의 직원 평가를 안전성 평가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등 안전 최우선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2-10-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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