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무술’ 동생은 ‘폭발물’…테러 막는 자매

언니는 ‘무술’ 동생은 ‘폭발물’…테러 막는 자매

입력 2012-10-21 00:00
업데이트 2012-10-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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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특공대 유슬아·예비대원 진아씨…아버지도 경찰

“어렸을 때는 언니가 이것저것 시키는 것이 정말 귀찮았는데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예요.”

지난 5월 경찰특공대 시험에 합격해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유진아(25)씨가 요즘 언니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서울 서초구 경찰특공대 특공마루에서 만난 ‘특공대 자매’ 유슬아(27)·진아씨.

특공대 생활 10개 월차에 접어든 슬아씨는 원래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꿨다. 7세 때부터 12년간 운동을 한 슬아씨는 대학입시에서 인생의 쓴맛을 봤다. 국내 한 대학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하려 했지만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다.

진아 씨는 고민 끝에 ‘다른 길’을 가보기로 했고 ‘중국어를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는 아버지의 제안에 따라 유학길에 올랐다. 중국 대학에서 2년간 중국어를 전공하다가 2007년 휴학계를 내고 한국에 돌아와 현직 경찰인 아버지의 격려에 힘입어 특공대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아버지 유홍현(51) 경위는 현재 방배경찰서 남태령지구대에서 근무 중이다.

”어려서부터 집에 ‘하면 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어요. 특공대 시험을 준비하면서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아버지께서 ‘조금만 더 해보라’며 응원해 주셨죠.”

결국 슬아씨는 4번의 도전 끝에 꿈을 이뤘다. 어렵게 이룬 꿈이기에 무도, 사격, 레펠(rappel·하강), 구보, 내부 소탕 훈련 등 꽉 짜인 하루 일과가 즐겁게만 느껴진다. 지난 3월 핵안보 정상회의에 투입돼 경찰청장 앞에서 무도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 남자 동기들과 축구를 한다는 슬아씨는 “예전에는 내가 한 골 넣으면 2점으로 쳐줬는데 이제는 똑같이 1점밖에 안 쳐준다”며 웃었다.

동생 진아씨는 2006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노량진 고시촌에 둥지를 틀었다. 원래 일반 경찰직을 준비했지만 특공대원으로 활약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체력 시험을 앞두고는 언니의 ‘특별 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는 “언니랑 운동하는데 너무 힘들어 첫날부터 눈물이 났다”며 “나중에는 힘이 다 빠져 언니가 뒤에서 밀어주며 뛰는 연습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진아씨는 내년 초 교육 과정을 모두 마치면 특공대 폭발물 탐지요원이 된다. 폭발물 탐지견과 한 팀을 이뤄 활동하며 탐지견 관리를 맡는다. 워낙 동물을 좋아해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버지도 경찰이고 동생도 경찰이 된 만큼 우선 가족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청렴하고 친절한 경찰이 될 거에요.”

언니의 말에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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