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아찌아족 한글교사 정덕영씨 “언제 돌아갈지…”

찌아찌아족 한글교사 정덕영씨 “언제 돌아갈지…”

입력 2012-10-08 00:00
수정 2012-10-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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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오래 걸렸는데 쉬울거라 생각한 것부터 무리”

“방학이라 한국에 돌아가는 거라고, 곧 다시 오겠다고 숙제까지 내주고 왔는데….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네요.”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채택한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族)을 가르쳐온 유일한 한국인 교사인 정덕영(51)씨는 8일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009년 훈민정음학회가 찌아찌아족 한글 보급을 결정하고서 바우바우시(市) 현지에 파견할 한국인 교사를 모집할 때 지원해 머나먼 이국에 발을 내디뎠다.

2010년 초 훈민정음학회의 ‘찌아찌아족 1호 한글 교사’로 파견된 그는 그해 말 돌아온 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어세계화재단이 설립한 세종학당 강사로 다시 바우바우시로 떠났다가 8월 말 세종학당 철수와 함께 귀국했다.

최근 현지인 한글 교사와 함께 찌아찌아족을 위한 중급 한글 교과서 ‘바하사 찌아찌아2’를 완성한 그는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가르치게 될 줄 알고 검토에 검토를 거듭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010년부터 비자 문제로 몇 개월 단위로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야 했어요. 한국에 갔다오면 찌아찌아족 아이들이 ‘선생님 왜 이제 왔어요’라면서 울면서 안기는 게 마음 아팠어요. 올해 7월에야 교육 비자를 얻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는데 8월에 돌아오게 될 줄 몰랐어요.”

정씨는 “7만 찌아찌아족을 가르칠 유일한 한국인 교사로 초등학교 두 곳과 고등학교 세 곳, 대학교까지 강의를 나가는 강행군을 했다”며 “올해에는 엄밀히 말하면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 강사로 나갔기 때문에 한글 교육을 위해서 시간을 더더욱 쪼개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학당이 철수하면서 현재로서는 바우바우시에서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가르칠 교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경북대에서 파견한 정씨와 현지인 교사 한 명은 세종학당 철수로 그만두게 됐고, 한글 보급이 처음 이뤄질 때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현지인 교사도 부족한 보수에 ‘난 자원봉사자가 아니다’라며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가 2010년 찌아찌아족 현지 교사를 모아 ‘제1회 한글교사 양성과정’을 운영하며 교사를 길러 학생을 가르치는 선순환을 만들려 했지만,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이듬해에는 과정을 열지 못하게 되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는 “교사 양성 과정에 참여했던 현지인이 ‘앞으로 우리가 공식적으로 한글을 사용하게 되는 거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그런데 이렇게 선생님 혼자만 오셔서 그게 가능하겠느냐’면서 의아해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우리나라는 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했는데도 한문을 대체하기까지 몇백 년의 시간이 걸렸다. 찌아찌아족도 새 문자라는 대단한 변화를 겪는 건데 선생님 한 명 파견해 쉽게 되리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무리였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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