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분증에 대역까지 내세워 치매 노인의 은행 예금을 몽땅 빼돌린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6억여원의 예금을 빼돌린 혐의(사기ㆍ공문서 위조 등)로 이모(46)씨를 구속하고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신모(57)씨를 추적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2일 A은행 남양주지점에서 김모(82ㆍ여)씨 명의의 가짜 주민등록증을 제시해 은행직원을 속이고 총 19회에 걸쳐 김씨의 예금 6억4천600만원을 모두 찾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씨는 신씨로부터 김씨의 인적사항과 계좌번호, 통장 비밀번호 등을 건네 받고서 비슷한 연령대의 할머니를 섭외, 김씨인 것처럼 내세워 통장분실과 인감변경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홀로 사는 김씨는 평소 치매증상을 앓고 있으며 집안 CC(폐쇄회로)TV 설치공사를 통해 알게 된 신씨에게 은행 심부름까지 시키는 등 신씨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에도 공문서 위조와 사기 등으로 함께 복역한 이들은 김씨가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데다 치매증상으로 판단력과 분별력이 약한 점을 노렸다.

이씨는 지난 17일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며 빼돌린 돈 대부분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달아난 신씨와 대역을 맡은 신원불명의 노인을 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