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명일동 등서 7명 살해, ‘간암 공범’ 자백에 진범 잡혀
간암으로 죽기 전 양심고백을 한 공범 때문에 8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이 드러났다. 2004년 1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빌라에 침입해 2명을 찌르는 등 6명을 연쇄 살해한 일당 2명이 바로 그해 ‘명일동 주부살인’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이씨는 지난해 7월 구치소에서 지병으로 숨진 공범 이모(당시 65세)씨와 함께 2004년 8월 16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에서 주부 김모(당시 49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추가로 받고 있다.
이씨는 사흘 뒤인 8월 19일 오전 3시 30분쯤 미아동 주택가에서 귀가하던 채모(당시 21세·여)씨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히고 10분 뒤 600m 떨어진 골목에서 원모(당시 19세·여)양도 복부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고 했다.
명일동 주부살인과 미아동 칼부림은 영구 미제로 남을 뻔했지만 죽음을 앞두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공범 이씨가 범행을 털어놓으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공범의 자백 후에도 이씨는 “당시 필로폰 때문에 환청이 보여 내가 실제 저지른 일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면서 1년 가까이 진술을 미루다 지난 5월쯤 “내가 한 게 맞다.”고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두 차례 현장 검증과 수사·부검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범죄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씨 일당이 살해한 사람은 총 7명으로 늘어났다.
마약거래를 통해 알게 된 고향 선후배인 이들은 필로폰 살 돈을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환각상태에서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살해했다. 이들은 ‘석촌동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편지를 주고받다가 ‘세월이 흐를수록 (살해한) 사람들 모습이 떠올라 괴롭다.’는 내용이 동료 수감자에게 발각됐고 경찰 조사결과 4명을 더 살해한 게 드러나 2009년 추가로 무기징역을 받았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한 형사가 1년 6개월 동안 16차례 교도소를 찾아가 두 이씨를 끈질기게 추궁했고 결국 죄를 털어놓았다.”면서 여죄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09-25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