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탈주범, 배식구 3번만에 탈출 4분여만에 유치장 빠져 나와 도주

대구 탈주범, 배식구 3번만에 탈출 4분여만에 유치장 빠져 나와 도주

입력 2012-09-21 00:00
수정 2012-09-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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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인 수 미확인… 근무자 잠자

대구 동부경찰서 배식구 탈주 사건과 관련, 유치장 근무자들의 근무태만 때문에 탈주범 최갑복(50·강도상해 피의자)씨를 조기 검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씨가 탈출 당시 소요된 시간은 1분이 아닌 4분 전후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4일째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도주 행각을 벌이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17일 오전 6시 10분 동부경찰서 부실장 한모(54) 경위가 유치장 감독 순시를 했으나 최씨의 탈주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20일 밝혔다. 당시 한 경위가 감독 순시를 위해 유치장에 들어갔을 때 근무자인 최모(43) 경위와 이모(42) 경사는 각각 면회실과 유치장 내 책상에서 자고 있었다. 특히 최 경위는 면회실에서 소등한 채 잠을 잔 것으로 밝혀졌다. 한 경위가 감독 순시를 하자 이들은 자다가 일어나 근무자 확인을 받은 것으로 감찰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한 경위는 최씨가 탈주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유치장을 한 바퀴 돈 뒤 감독 순시를 끝내고 나갔다. 감독 순시 규정상 부실장은 유치장 근무자들의 복무 실태는 물론 유치인 수를 확인해야 한다. 유치인 수를 확인했다면 이날 탈주 확인 시간(오전 7시 35분)을 1시간 이상 앞당길 수 있었다. 경찰은 유치인들에게 아침 배식을 하다 뒤늦게 탈주 사실을 확인했다.

최씨의 유치장 탈주 과정도 공개됐다. 최씨는 17일 오전 4시 54분 일어나 유치장 내부를 살핀 뒤 머리, 몸, 배식구 창살 등에 연고를 발랐다. 사람이 자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모포로 옷과 책을 감쌌다. 오전 4시 59분 배식구에 머리를 집어넣고 2회에 걸쳐 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오전 5시 55초 3차 시도 끝에 머리부터 빠져나온 후 낮은 자세로 감시대를 지나 서편 환기창에 매달렸다. 5시 3분 CCTV에서 사라져 탈주하는 데까지 4분가량 소요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최씨가 요가와 복싱을 해 탈주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치장에 고정식 카메라 11대와 회전식 카메라 1대가 있지만 근무 경찰관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수사본부장을 동부경찰서 서장에서 지방경찰청 수사과장으로 격상했다. 수사본부 격상 조치는 최씨가 포위망을 뚫고 이미 다른 지역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을 두고 취해졌다. 경찰은 최씨가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북 청도군 화악산과 남산 일대에 헬기 2대, 수색견 8마리, 인력 600여명 등을 투입해 수색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2012-09-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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