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경기교육청 ‘학폭 기재’ 갈등 점입가경

교과부-경기교육청 ‘학폭 기재’ 갈등 점입가경

입력 2012-09-07 00:00
업데이트 2012-09-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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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상반된 지시..학교장들 “어느 장단에 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문제를 놓고 빚어진 교육과학기술부와 경기도교육청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연일 상반된 지시를 내리고 있는 두 상급 기관 사이에서 각 학교 교장들은 “어느쪽 지시를 따라도 징계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커지는 두 교육행정기관 갈등 = 7일 경기도교육청과 일선 고교에 따르면 김상곤 교육감은 6일 오후 5시 25개 지역교육청 교육장 및 학생부 업무 담당자, 학교폭력 관련 3학년생이 있는 103개 고교 교장을 긴급 소집했다.

김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올해 대학입시와 관련해 고3 학생들의 학생부를 대학에 제공할 때 학교폭력 내용을 기재하지 말고, 이미 기재한 내용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교육감의 지시에 교과부는 7일 오전 각 고교에 직접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어제 김 교육감의 지시는 무효”라며 교과부 지시대로 오후까지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교장이 최종 승인할 것을 요구했다.

기재 내용을 출력해 10일까지 교과부에 보고하지 않으면 미기재 학교로 분류하겠다고도 했다.

김 교육감은 앞서 지난달 23일 형평성 문제, 위헌 가능성,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학교폭력 내용의 학생부 기재 보류 방침을 결정하고 각 학교에 통보했다.

교과부는 이에 대해 시정명령 및 직권취소 처분을 한 뒤 각 학교에 직접 학생부 기재를 주문했으며, 도교육청도 지난달 29일 대법원에 교과부의 직권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맞받아쳤다.

교과부가 학생부와 관련해 지난달 28일부터 도교육청 및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특정감사에 들어가자 항의 표시로 200시간 연속 비상근무에 들어간 김상곤 교육감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 직격탄을 날렸다.

◇샌드위치 신세 교장들 “어찌할지 난감” = ‘고래싸움’에 낀 일선 교장들은 당혹감과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와 도교육청이 공문이나 회의 등을 이용해 하루가 멀다하고 정반대의 지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긴급 회의에 참석한 한 고교 교장은 “당시 회의에서 도교육청 관계자가 학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기재 내용을 삭제하거나 미기재하도록 한 교육감 지시의 법적 근거를 설명했다”며 “교육감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교과부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며 “현재 교장들은 학생부에 폭력 사실을 기록하면 도교육청으로부터, 기록하지 않으면 교과부로부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고교 교장도 “어제 교육감 주재 회의는 ‘도교육청 지시를 따르지 않는 교장에게는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였다”며 “정치적으로 변질된 두 기관의 싸움에 왜 교장들이 이렇게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과부는 이미 학교폭력 내용의 학생부 미기재 학교 교장 및 교사에게 징계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상태다.

◇학생부 기재 학교 얼마나 될까? = 학생부가 대학 입시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일선 고교 교장들이 7일 오후 6시 이전에 승인해야 한다.

교과부는 지난 3일 현재 경기도내 1개 고교만이 학교폭력 내용의 학생부 기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이날까지 해당 고교 교장 및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과부 지침에 따를 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교육감의 지시가 있었던 만큼 승인 마감 시간이 지나도 많은 학교가 학교폭력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과부 당초 발표와 달리 현재 경기도 내 일부 고교가 여전히 학생부 기재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폭력 내용의 학생부 기재 대상 학생이 있는 고교 교장들은 “대학입시 활용을 위한 교장의 학생부 승인 마감이 몇 시간 남지 않았는데 아직 어떻게 해야 할 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해당 학교장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학생부 기재 및 승인 권한은 각 학교장에게 있는데 상급 기관인 교과부와 도교육청이 기재나 미기재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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