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108년 독점체제에 민간예보 도전장

기상청 108년 독점체제에 민간예보 도전장

입력 2012-07-17 00:00
수정 2012-07-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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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민간업체 “맞춤형 예보 자신있다”경쟁 아닌 ‘역할분담’ 필요성에 공감

“기상청은 종일 구름만 많은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는데요. 반면 ○○웨더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지역에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비가 조금 내리겠다고 예보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오후 케이블 뉴스채널 화면에 기상청과 민간업체의 예보가 나란히 등장했다.

민간업체가 자체 생산한 예보가 TV에 방송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상청의 한 통보관은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1904년 부산ㆍ목포ㆍ인천 등 전국 5곳에 임시기상관측소를 설치한 이래 100년 넘게 이어져온 기상청의 독점적인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민간업체가 예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9년 12월 기상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항공예보를 제외하고 자체적으로 생산한 예보를 언론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자유롭게 알릴 수 있게 됐다. 그전에는 기업 등 특정한 수요자에게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현재 기상사업자로 등록한 147개 업체 가운데 예보ㆍ컨설팅을 하는 업체는 8곳이다. 이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한 업체의 경우 직원 수 100명에 연매출이 100억원에 이른다.

민간 예보업체들은 위성ㆍ레이더 영상 등 기상청이 제공하는 관측자료뿐 아니라 외국의 기상자료, 자체 기상관측망에서 측정된 자료를 추가로 활용해 정확도를 높이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민간 예보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생산한 예보와 기상청의 예보를 실제 날씨와 비교해 보여주며 정확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민간 예보업체인 케이웨더 관계자는 “터무니 없는 예보를 한다면 고객이 돈을 주고 기상정보를 받겠느냐”며 “예보관들이 공군 기상전대 등 특정한 수요에 필요한 예보를 오랫동안 해온 분들이기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에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이 예보업체의 자료를 바탕으로 올 여름 기상전망을 내놓은 민간 연구소에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는 등 강하게 대응하는 것은 민간 예보업체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기상청과 민간업체 모두 최근의 ‘예보 경쟁’이 갈등으로 비치는 데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역할분담과 협력을 통해 기상 서비스를 발전시키면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시행착오 단계라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민간과 공공 부문이 서로 자극을 주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도 “기상청은 재난재해 관련 특보 등 공공 목적의 정보를, 민간 사업자는 특정 목적에 맞게 가공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불거진 기상정보의 유통질서 문제를 놓고 이날 민간 예보사업자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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