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불감증 한수원, 임직원은 뇌물비리

도덕 불감증 한수원, 임직원은 뇌물비리

입력 2012-07-10 00:00
업데이트 2012-07-10 16:4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원전비리’를 파헤친 검찰의 수사 결과가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원전 납품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챙긴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을 상대로 4개월여의 수사를 벌인 끝에 10일 본사 처장급 간부를 포함해 간부 23명을 한꺼번에 구속(1명 불구속)했다.

이들 한수원 임직원이 받은 검은돈은 모두 22억2천700만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1억원의 금품을 챙긴 셈이다.

지난 2008년부터 5년 동안 꾸준히 진행된 이번 사건은 최근 공기업의 뇌물사건 규모로 보면 가장 크고, 비리 인원 또한 가장 많다.

투명하지 못한 원전업계의 관행에다 한수원 직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겹친 구조적이고 조직적 범죄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원전안전과 직결된 주요부서에서 일하는 한수원 간부들도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지검의 구본진 차장검사는 “단순한 금품수수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중요기관의 구조적 비리이다”고 말했다.

한수원 본사의 김모 처장은 감사실장 근무 시 업체 대표로부터 7천만원을 수수했다.

협력업체 등록 및 입찰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 6명도 금품을 받는 등 일선 발전소에 대한 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발주금액 10억원(부가세 제외) 이상 또는 전 발전소를 상대로 하는 주요입찰의 경우 한수원 본사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 발전소의 기술실 산하 기계팀의 경우 팀장을 포함해 팀원 5명이 전원 구속됐다.

전기팀, 계측제어팀도 2명씩 구속되는 등 팀 전체가 금품수수에 연루될 정도였다.

지난해 10월부터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원전 납품비리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 직원이 자살했는데도 계속 금품을 수수한 간부가 무려 7명이나 적발되기도 했다.

한수원 본사와 지식경제부는 2009년 미국 밸브업체 CCI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한수원 간부가 구속돼 비리척결 의지를 표명했지만 이후에도 금품수수는 전혀 근절되지 않았다.

게다가 원전 납품비리의 범죄유형은 다양했다.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개발공급업체인 W기술은 적정가보다 2억원을 더 부풀린 13억5천만원의 견적을 제출했고 담당자인 계측제어팀장은 이를 묵인하고 8천만원을 받았다.

이후 부풀려진 견적이 표준 가격으로 인정됐고 W기술은 다른 발전소에도 납품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기면서 원전 유지, 보수비용이 증가하게 됐다.

또 발전소 전기팀 과장으로 근무하는 K씨는 자신의 친척 명의로 한수원 협력업체를 설립한 다음 한수원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들로부터 다시 하청을 받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무상 금지된 수익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눈감아준 한 상사는 K씨에게 수시로 금품을 요구해 억대의 돈을 상납받았다.

원전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납품 비리도 있었지만 일단 공식적으로는 원전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검찰 측의 전언이다.

원자로가 있는 격납건물 내부에 있는 배관 등에 보온재를 설치할 때에는 내진, 내열 등 성능점검을 거쳐 인증된 특수보온재를 스테인리스 케이스로 감싼 후 2중 클립으로 고정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보온재 시공업체는 일반보온재를 사용했다.

감독자인 원전 담당자는 이를 묵인하는 대가로 3년6개월 동안 총 4억5천200만원을 수수했다.

발전소 계측제어팀장으로 근무하던 H씨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납품업체에 원전에 보관 중이던 외국업체의 밀봉유닛을 반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제품 매뉴얼과 함께 반출해 주기도 했다.

업체는 이를 기초로 밀봉유닛 복제품을 생산, 납품하게 됐고 H씨는 대가로 8천만원을 수수했다.

한수원 본사 처장은 한수원 납품업체 주식거래를 통해 7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불법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그는 그냥 기관통보 조치됐다.

검찰은 전자입찰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업체 간 담합이 성행했고 이 과정에서 한수원 직원이 묵인, 방조했다고 설명했다.

비위 납품업체들은 상호를 바꾸어 가며 한수원의 입찰자격 제한을 회피하기도 했다.

이 밖에 골프가 접대 및 상납의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금덩이를 통한 인사청탁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업체 관계자들로부터 골프채를 받은 일부 직원들은 모두 특정모델을 언급하며 업체 측에 요구했을 정도로 비리의 골은 깊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