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4명 나란히 퇴임

대법관 4명 나란히 퇴임

입력 2012-07-10 00:00
업데이트 2012-07-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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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법복 벗어참여정부 시절 임명 대법관 한 명도 안 남아 성비 균형, 헌재와의 위상문제 등 꼬집어

“언젠가 여성 법관이 다수가 되더라도 여성 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전수안(60·사법연수원 8기) 대법관은 1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여성 법관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빌려 이같이 말했다.

이번에 새로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들이 남성으로만 채워져 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인 자신이 퇴임하면 대법관 13명 가운데 그나마 2명이던 여성이 1명으로 줄어드는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 대법관은 “전체 법관의 비율과 상관없이 양성이 평등하게 성비(性比)의 균형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징이자 심장이기 때문”이라며 “헌법기관은 그 구성만으로도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대법관은 또 “인간이기를 포기한 흉악범도 국가가 직접 살인형을 집행할 명분은 없다는 것과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징역 1년6월의 형을 사는 사회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다수의견이 되는 대법원을 보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으며 떠난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전 대법관은 사상 최초의 여성대법관인 김영란 전 대법관을 비롯해 지난해 퇴임한 이홍훈, 김지형, 박시환 전 대법관과 함께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소수의견을 많이 표출해 사법부의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려왔다.

이날 6년 임기를 다한 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박일환(61·〃5기)·김능환(61·〃7기)·안대희(57·〃7기) 대법관도 법복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김능환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혼란스러운 위상 문제가 사법 위기를 가중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대법관은 “헌재는 여러 번 합헌으로 선언했던 법률을 헌법이 바뀐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위헌이라고 하고, 헌법소원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가 갖는 법률 위헌심사권과 법원의 법률해석권한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시키는 것이 국민 전체의 이익에 유익하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퇴임일자가 6년 전에 정해졌는데 오늘에서야 대법관 인사청문절차가 시작되는 상황은 유감”이라며 인사청문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3~2004년 대검 중수부장으로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해 ‘국민검사’로 불렸던 안대희 대법관은 “가치관이 혼재된 사회에서 국민은 법관이 분쟁의 최후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한다”면서 “이러한 때 법관의 가장 큰 덕목은 자신을 낮추어 작은 목소리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자세”라고 말했다.

이어 “법관들이 휴일이나 밤늦게까지 업무에 배진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 점이 제도적으로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에서 33년을 보낸 박일환 대법관도 “모든 업무를 손으로 처리하던 시절에 비해 업무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어려움이 많다. 저는 떠나지만 앞으로 더 나은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며 후배 법관들을 격려했다.

이날 대법관 4명이 나란히 퇴임함에 따라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대법관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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