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적 가치 구현돼야”…대법관 4명 동시 퇴임

“헌법적 가치 구현돼야”…대법관 4명 동시 퇴임

입력 2012-07-10 00:00
수정 2012-07-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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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나란히 법복 벗어”한없이 자신을 낮춰라” 법관의 자세 당부

“언젠가 여성 법관이 다수가 되더라도 여성 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전수안(60·사법연수원 8기) 대법관은 1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한 퇴임식에서 여성 법관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빌려 이같이 말했다.

이번에 새로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들이 남성으로만 채워져 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인 자신이 퇴임하면 대법관 13명 가운데 그나마 2명이던 여성이 1명으로 줄어드는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 대법관은 “전체 법관의 비율과 상관없이 양성 평등하게 성비(性比)의 균형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징이자 심장이기 때문”이라며 “헌법기관은 그 구성만으로도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대법관은 또 “인간이기를 포기한 흉악범도 국가가 직접 살인형을 집행할 명분은 없다는 것과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징역 1년6월의 형을 사는 사회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다수의견이 되는 대법원을 보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으며 떠난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전 대법관은 사상 최초의 여성대법관인 김영란 전 대법관을 비롯해 지난해 퇴임한 이홍훈, 김지형, 박시환 전 대법관과 함께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소수의견을 많이 표출해 사법부의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려왔다.

이날 6년 임기를 다한 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박일환(61·〃5기)·김능환(61·〃7기)·안대희(57·〃7기) 대법관도 나란히 법복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김능환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혼란스러운 위상 문제가 사법 위기를 가중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대법관은 “헌재는 여러 번 합헌으로 선언했던 법률을 헌법이 바뀐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위헌이라고 하고, 헌법소원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가 갖는 법률 위헌심사권과 법원의 법률해석권한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시키는 것이 국민 전체의 이익에 유익하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안대희 대법관은 “가치관이 혼재된 사회에서 국민은 법관이 마땅히 분쟁의 최후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한다”면서 “이러한 때 법관의 가장 큰 덕목은 한없이 자신을 낮추어 작은 목소리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박일환 대법관은 “선배에게 편안함을 주고 동료에게 믿음을 주고 후배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이 포부”라는 공자의 말로 후배 법관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대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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