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나기’ 속 자생식물 신약 특허 300여건

소설 ‘소나기’ 속 자생식물 신약 특허 300여건

입력 2012-06-18 00:00
수정 2012-06-18 16:3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다룬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읽은 독자들은 많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들풀과 들꽃 등에서만 300여건의 천연물 의약 특허출원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소설 속에서 소녀가 조약돌을 던지고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사라지던 갈꽃 밭의 갈대는 2000년 이후 비만 치료제 등으로 11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소년이 징검다리에서 소녀를 흉내내다가 부끄러워 달아나던 메밀 밭의 메밀은 혈전치료제 등 38건 이다.

소년이 소녀에게 한 움큼 꺾어 준 들국화(60건), 싸리꽃(8건), 도라지꽃(136건), 그리고 소녀가 양산 받듯 해보인 노란색의 마타리꽃(7건) 등의 식물에서도 아토피, 심혈관계 질환과 염증 치료제 등으로 다수 특허 출원됐다.

소녀가 서울 학교의 등나무 꽃 같다고 생각한 칡꽃의 칡은 치매치료제 등으로 24건이 출원됐다.

소나기 단편소설 한권에 나오는 국내 자생식물들 만으로도 2000년 이후 300여건의 천연물 신약 관련 특허출원이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자생식물은 천연물 신약의 보고다.

18일 특허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천연물 신약 관련 특허등록 건수는 2천500여건에 달한다. 이 중 자생식물을 이용한 내국인 특허는 2천200여건(90%)이나 된다.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을 이용한 천연물 신약 관련 보유특허는 세계적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지식재산권 확보 준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 출시돼 국내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천연물 신약도 적지 않다.

누적 매출액이 3천억원이 넘는 위염 치료제 ‘스티렌정’(동아제약)은 쑥, 1천억원대의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정’(SK 케미칼)은 꿀풀, 하눌타리라는 쉽게 볼 수 있는 자생식물이 원료다.

최근 새롭게 허가된 3종의 천연물 신약의 원료도 담쟁이덩굴(안국약품의 시네츄라시럽, 기관지염 치료제), 나팔꽃(동아제약의 모티리톤정, 소화불량 치료제) 등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자생식물이다.

우리나라는 300여종의 특산식물을 포함한 4천500여종의 식물이 자생한다. 전통적으로도 자생식물을 약물 치료에 이용한 지식이 풍부해 천연물 신약 연구가 활발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천연물 신약은 복제약 중심의 국내 제약회사가 다국적 회사에 맞설 수 있는 비교우위 분야로 평가된다. 그러나 등록 특허로 보면 허가 또는 시판된 천연물 신약이 합성신약에 비해 매우 적은 게 현실이다.

출원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학 등의 기초연구기관 특허권이 실제로 제품화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산ㆍ학ㆍ연간 특허권 공유가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식물과 같은 유전자원을 이용해 얻은 이익을 원산지 국가와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는 국제협약인 ‘나고야 의정서’도 복병이어서 우리나라 특산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신약 개발전략도 요구된다.

홍정표 특허청 화학생명공학심사국장은 “천연물 신약은 복수의 식물 추출물을 혼합하는 경우가 많아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침해 우려가 높다”며 “용도 특허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합성 신약과 같이 원료물질 자체의 물질특허라는 강력한 특허권을 보유하는 것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