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중단 내주까지 이어지면 큰 피해 우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소속 730여 레미콘회사들이 시멘트사의 가격 인상에 항의하며 사흘째 조업중단에 나섬에 따라 24일 전국 건설현장에서 심각한 공정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이날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진행되는 시멘트, 건설, 레미콘 3자협상에서 타결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내주부터 건설현장 피해가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레미콘 공장의 경우 이날 오전 평소 같으면 수도권 각 건설현장행 레미콘 트럭들이 쉴새없이 드나들 시간이지만 가동이 전면중단돼 공장문이 굳게 닫혀있는 상태다.

60여대의 레미콘 트럭이 주차장을 가득 메운 채 멈춰섰고, 대다수 운전기사들은 아예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일부만 사무실에 나와 레미콘, 시멘트, 건설사 간의 협상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건설콘크리트 이상민 노조위원장은 “레미콘 차량 운전기사들은 대부분 자기 차량을 레미콘 회사에 지입한 뒤 운행한 만큼 수입을 올리는 고용형태”라며 “조업중단으로 운행을 하지 못함에 따라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 있는 2개의 레미콘 공장 역시 사흘째 회사 정문이 닫혀있었고 주차장에는 트럭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처럼 레미콘회사들이 일제히 조업중단에 나섬에 따라 수원 광교신도시 건설현장도 심각한 공사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광교신도시 A10블록 아파트 공사현장은 레미콘을 공급받지 못해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총 701가구를 건설하는 이 현장은 그동안 3개사로부터 레미콘을 공급받았으나 모두 조업중단에 동참함에 따라 공정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공사측은 공사장 철제 정문을 굳게 닫아놓고 거푸집 등 다른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공사 관계자는 “하루 100여대분량의 콘크리트를 공급받아 타설작업을 벌여야 하는데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사흘째 공사를 못하고 있다”며 “레미콘 공급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638가구를 짓는 인근 A11블록 아파트 공사현장도 레미콘을 공급받지 못해 손을 놓고 있었다.

부산지역에서도 조합산하 50여 레미콘 공장이 조업을 중단함에 따라 기장군 정관신도시, 다대포 아파트 건설현장 등에서 공사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김윤기 부산레미콘협동조합 이사장은 “언제까지 조업중단을 하겠다는 말을 현재로선 할 수 없다”며 “지식경제부에서 열리는 3차협상 결과에 따라 조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에서는 26개 레미콘 공장 가운데 3곳을 제외하고 모두 가동을 멈춰 청라지구, 영종지구의 각종 공사현장에서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종시 공사현장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의 한 관계자는 “공사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세종신도시 정부청사 내부와 특수구조물 공사도 중단될 수밖에 없어 오는 10월 말 완공에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울산에서는 지난 22일부터 시작했던 조업중단을 이날 하루 해제했다.

울산레미콘공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일단 건설사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하루동안 레미콘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07개 사업장에서 조업을 중단한 강원지역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현대, 쌍용양회 등 시멘트 회사의 출하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따라 이날 오후 과천 지식경제부에서 진행되는 시멘트, 레미콘, 건설업체 대표들간의 협상이 이번 레미콘 사태의 향방을 가름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강창구, 김명균, 김선호, 이은파, 김근주, 이재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