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앞둔 스님 40년 만에 중학교 졸업

환갑 앞둔 스님 40년 만에 중학교 졸업

입력 2012-02-04 00:00
업데이트 2012-02-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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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있음.>>제주 신산중 졸업..”사회복지사가 꿈”

“친구들과 어울려 같이 배구도 하고 급식 공양도 하면서 늘 즐겁고 재밌었습니다. 앞으로 대학원까지 진학해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습니다.”

3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중학교를 졸업한 원경(圓炅.59.속명 정성도) 스님은 빛나는 졸업장을 받아 들고 손자뻘 되는 동급생들에게 둘러싸여 연방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교사들은 직접 가슴에 꽃을 달아주며 제자의 늦은 졸업을 축하했고,이날 졸업한 26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그는 스승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산읍 고성리 지장암 주지인 그는 열일곱살이던 1970년 새로 생긴 신산중학교에 배속돼 다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업을 중도 포기해야 했다.

바로 군에 입대했고 이후 고향을 떠나 포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00년 출가했고, 태고종립 동방불교대학을 졸업했다.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이 가장 부러웠다는 그는 지난해 5월 용기를 내 학교 문을 두드렸고, 3학년에 재취학해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 아이들과 친해지는 게 좀 힘들었지만 많이 대화하고 모르는 건 물어보며 항상 젊어지는 기분이었다”는 그는 앞으로 방송통신고에 진학해 못다한 배움의 끈을 이어갈 예정이다.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은 분야로는 ‘노인복지’를 꼽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모시고 살고 싶다는 게 그의 장래희망이다. 제1회 동창회는 이날 장학금을 전달하며 친구의 꿈을 응원했다.

졸업앨범에는 ‘제불대원경(諸佛大圓鏡) 필경무내외(畢竟無內外)’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부처의 법문을 잘 듣고 깨쳐서 함께 훌륭한 사람이 되자는 뜻에서다.

같은 반 친구이자 ‘베프’(베스트 프렌드)라는 현동주 군은 “처음엔 정말 스님이 오시나 해서 신기하기만 했다”며 “인생의 선배이자 좋은 친구를 얻게 돼 기쁘고,이제 헤어지게 되니 아쉽다”고 말했다.

김동진 교장은 “다른 학생들과 같은 마음으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배움은 평생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줬다”며 “환갑의 나이에 중학교 학생과 같이 공부하는 의지라면 그 꿈이 꼭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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