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축산농가 울리는 ‘소값 파동’] “천연사료·공동가공-판매점… 가격파동 몰라요”

[커버스토리-축산농가 울리는 ‘소값 파동’] “천연사료·공동가공-판매점… 가격파동 몰라요”

입력 2012-01-07 00:00
업데이트 2012-01-0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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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성·산청 릴레이 르포

소값 폭락과 사료값 폭등으로 한계상황에 직면한 한우 농가들이 돌파구 찾기에 한창이다. 값싼 수입 소고기에 맞서기 위해 사육비를 절감하면서도 질 좋은 소고기를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믿고 구입할 수 있는 한우 브랜드 개발 추진도 눈길을 끈다. 한우 경쟁력 제고에 비지땀을 흘리는 전국의 축산 현장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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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남 산청군 차황친환경축산영농조합 소속 농민이 소들에게 아침 사료를 주고 있다. 차황친환경축산영농조합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한 천연사료로 한우를 사육해 빼어난 육질 덕분에 전량 유명 백화점에 납품한다. 산청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6일 경남 산청군 차황친환경축산영농조합 소속 농민이 소들에게 아침 사료를 주고 있다. 차황친환경축산영농조합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한 천연사료로 한우를 사육해 빼어난 육질 덕분에 전량 유명 백화점에 납품한다.
산청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청보리 한우 80%가 A+등급 이상

6일 오전 8시 호남평야의 중심인 전북 김제시 황산면 쌍감리 ‘지평선 청보리 한우 영농조합법인’ 축사에는 눈보라 속에서도 300여 마리나 되는 한우가 영양 덩어리인 청보리 사료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드넓은 평야에서 재배된 청보리에 볏짚, 보릿대 등 조사료와 20여 가지 농후사료를 배합해 만든 한우 전용 섬유질 사료다. 값이 싸고 영양도 빼어나 사육비를 20~30% 절감할 수 있다. 수입 개방의 거센 파고를 뛰어넘는 원동력인 셈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소고기 80%가 A+ 이상 등급을 자랑한다.

조합법인 박용대 대리는 “지평선 한우라는 상표로 등록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축사에서 나오는 우분을 거름으로 사료작물을 재배하고 그 작물을 다시 소에게 먹이는 자연순환 농법이라 일석삼조의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김제 한우특구에 있는 청보리 영농법인은 57개, 사육 한우는 4만 2000여 마리다.

●홍성, 사업비 60% 농민교육·홍보 투자

같은 시간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609호 지방도 옆 금평들 100㏊를 웃도는 지역에서는 ‘홍성한우 백년대계 클러스터 사업단’이 눈에 띈다. 한우 사육에서부터 가공, 소비까지 선순환을 돕는 컨트롤타워다. ‘싱굿’(싱그럽고 좋다) 한우를 알리는 대형 입간판 아래 한우 판매장과 식당도 줄지어 있었다. 낮 12시 한 식당에 들어서자 30여개 테이블이 손님으로 북적댔다. 가족과 함께 온 유재중(42·홍성읍 남장리)씨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작물과 한우로 식단을 짜 믿음직하다.”고 말했다. 직원 윤해경(45)씨는 “200석 모두 가득 찰 때도 많다.”며 웃었다. 바로 옆 판매장의 직원 김진택(34)씨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2~3년생 무항생제 암소고기만 취급한다.”면서 “하루 100만원어치를 판다.”고 자랑했다. 인근 금마면 죽림리 가공 공장에서 유기농으로 기른 젖소의 우유를 이용해 만든 요구르트와 젓갈류, 팩에 국물까지 넣어 얼린 사골 국물도 팔았다. 마켓 등에도 공급한다.

소 6만여 마리를 사육해 국내 최대 축산단지로 꼽히는 홍성에서는 금평들 볏짚과 보리, 호밀 등을 사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농법을 적용한다. 2008년 7월 첫발을 뗀 홍성한우 백년대계 클러스터사업단에는 한우협회, 축협, 친환경단체와 홍성군 등 11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52억원을 들여 지난해 7월 가공 공장 완공에 이어 11월 식당가와 판매장 문을 열었다. 농민 교육도 한다. 사업비 60%를 교육·홍보비에 투자한다. 한우를 개량해 보급하고 조사료 생산량과 사육 마릿수의 관계, 조사료 활용법, 조사료별 영양분석 등을 알려 주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신인섭 단장은 “올해부터 부드러운 육질을 가진 암소가 대세인 점을 감안해 수도권까지 시장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차황면 “750㎏ 기준 소값 1000만원 웃돈다”

경남 산청군 차황면 부리 ‘차황친환경축산영농조합’ 축사에서는 직원 3명이 소 20여 마리에게 먹일 사료를 챙기느라 바빴다. 한 마리 한 마리 건강 상태를 살피는 모습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와대 한우 반납 운동’의 여파를 느낄 수 없었다. 이문혁(61) 조합 대표는 직원들과 30여분을 축사에서 보낸 뒤 200여m 떨어진 친환경 사료 제조 공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서는 15명이 상주하며 풀사료와 볏짚 여물 등으로 ‘완전배합사료’(TMR)를 월 150t 생산한다. 차황면 21개, 오부면 6개 농가에서 공급받아 한우 67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청정한 황매산 자락에 자리한 사육장에서 천연사료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품질이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2007년 국내 최초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유기축산 품질 인증도 따냈다.

이 대표는 “연간 계약을 통해 300마리씩 전량 유명 백화점에 납품하는 덕분에 가격 파동을 겪지 않는다.”면서 “750㎏ 기준 400만~500만원에 거래되는 다른 한우에 견줘 1000만원을 웃돈다.”고 자랑했다.

김제 임송학·홍성 이천열·산청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2012-01-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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