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신장기증 모자’ “어머니의 생명나눔 붕어빵처럼 닮고 싶어”

국내 첫 ‘신장기증 모자’ “어머니의 생명나눔 붕어빵처럼 닮고 싶어”

입력 2011-12-08 00:00
수정 2011-12-0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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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생명 나눔 뜻을 붕어빵처럼 닮고 싶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모자 신장 기증인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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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사랑의 장기기증본부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에서 8일 신장 이식 수술을 하는 윤현중(왼쪽·41)씨와 윤씨의 어머니 엄해숙(오른쪽·58)씨가 화제의 주인공. 그동안 가족 간 이식이 아닌 순수 신장기증인 중 부자나 부부의 기증은 있었지만 어머니와 아들의 신장 기증은 엄씨 모자가 처음이다.

1976년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해 온 엄씨가 장기기증본부를 찾은 것은 지난 2003년. 직업 특성상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엄씨는 질병과 가난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보면서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홀로 두 아들을 키워야 했던 엄씨에게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처지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같은 해 엄씨는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함으로써 새 생명을 선물했다.

맏아들인 윤씨가 어머니의 신장 기증을 처음부터 이해하고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어머니가 신장을 기증하려 했을 때 사실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물론 그 역시 정기적으로 헌혈을 해온 어머니를 따라 1983년부터 헌혈을 시작해 금장훈장까지 받았고, 1999년에는 사후 장기기증등록까지 했다.

그런 윤씨가 신장 기증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지인의 아버지가 신장 투석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뒤였다. 가족의 기증을 한사코 거부하는 그 환자를 보며 자신이 대신 신장을 기증하고 싶었지만 임의로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신장 기증 후 서류가방에 장기부전 환자들을 위한 후원신청서를 넣고 다니며 장기기증운동을 펴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을 다졌다. 그는 현재 신장을 이식 또는 기증한 사람들의 모임인 ‘새생명나눔회’ 전국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2011-12-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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