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가로챈 기획사대표 구속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연예계 데뷔를 미끼로 연기자 지망생들의 돈을 뜯고 성추행한 연예기획사 대표 이모(34)씨를 사기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했다.더욱이 오디션을 빙자해 5명을 추행하거나 멋대로 성관계를 갖는 모습을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는 2008년 10월 김모(25)씨에게 “매니저는 연기자 몸의 흉터까지 알아야 한다.”면서 성관계를 요구, 휴대전화 카메라로 허락 없이 관계를 갖는 장면을 촬영했다. 또 지난해 12월 임모(24)씨에게 “연기자와 매니저는 비밀이 없어야 하니 옷을 벗고 사이즈를 재 보자.”며 가슴을 만지는 등 5명을 강제추행했다. 조사결과, 이씨는 돈 반환을 요구하는 지망생들에게 계약서 조항을 들어 거부하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평생 연예계 생활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 시절 1990년대 ‘공룡선생’ 등 TV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한 경력이 있는 이씨는 연예인 지망생 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린 이들에게 연락하거나 ‘드라마·뮤직비디오에 출연할 여자배우를 뽑는다’는 광고를 낸 뒤 찾아온 지망생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또 연예인들의 소속사처럼 보이기 위해 지망생들로부터 뜯어낸 돈으로 값비싼 밴을 운행한 데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서초구 서초동 등지를 옮겨다니며 기획사를 차렸다. 이씨를 거쳐 간 지망생 30여명 중 실제 연예계 진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2011-10-13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