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낙농농가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낙농농가

입력 2011-08-13 00:00
수정 201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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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적으로 우유업체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지만, 결코 해결된 게 아닙니다”

12일 낙농농가와 우유업체 간 원유(原乳) 가격협상이 결렬됐지만, 낙농육우협회가 3일째 실시해온 원유 공급중단을 이날 오후 해제하면서 우려했던 ‘우유대란’은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낙농농가에서는 이번 조치는 임시방편일 뿐, 정부차원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충북 청원군에서 23년째 낙농업을 하는 최모(60·여)씨는 “지금은 공급중단이 해제돼 원유 공급을 재개했지만, 협회 측에서 ‘중단’ 지시가 내려오면 몇 천만원의 빚을 지더라도 절대 공급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밤낮 가리지 않고 소젖을 짜내봤자 남는 게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정부에서 물가를 안정시킨다며 우유값은 잡으면서 왜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료값이나 건초값은 생각하지 않느냐”며 “정부에서 보조금이라도 지급해야 최소한 입에 풀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90여마리의 젖소를 기르는 최씨가 한 달에 필요한 건초는 약 40여t, 건초 1kg당 15원만 올라도 60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건초는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에 환율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아 들쭉날쭉한 가격에 농가 타격이 더 심하다고 최씨는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우유값 오르니까 장사 잘되지 않느냐고 부러워하는데, 속 모르는 얘기”라며 “종이팩 가격만 올라도 우유값은 올리면서 건초나 사료값 오르는 건 모두 낙농농가 부담이라 힘겹다”고 토로했다.

최씨 농가와 가까운 곳에서 낙농업을 하는 한 농민도 “지난 2008년 한 번 원유값이 오른 이후로는 변동이 없어 자기 부담만 늘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해마다 정부에서 젖 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조사하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책정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라며 “원유 1kg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턱없이 낮게 잡아 결국 이렇게 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청원군 일부 지역에 갑자기 시간당 30mm의 집중 호우가 쏟아지자 농민들은 우산도 없이 쫓아 나와 젖소 돌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농민 김모씨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젖소가 힘겹게 주는 원유를 버려야 하는 우리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며 “가치를 인정받고 제 대접을 받을 때까지 절대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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