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호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장
“유럽의 다문화 갈등이 주로 민족차별, 인종차별의 형태에서 시작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가차별’에서 시작된다. 이는 유럽의 다문화 갈등보다 더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될 수 있다.”정병호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장
정 원장은 또 “국내에서 점차 득세하고 있는 종교적 근본주의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경고했다. 그는 “노르웨이 사태는 단순한 반(反)다문화 갈등이라기 보다는 종교적 근본주의가 증오의 정치와 결합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이런 차별적인 사회구조와 대중의 인식 등이 폭력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사회는 모범적인 다문화·다종교사회였지만, 최근 부각되고 있는 자기 종교 중심주의적인 태도가 잠재적인 폭력행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서 시작된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폭력적 태도가 오프라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런 동태는 단순히 종교적 갈등뿐만 아니라 아주 쉽게 민족적인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대단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우리 사회의 다문화주의 일원들을 ‘수혜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만들 수 있는 인식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눈 앞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한 보조금이나 캠페인만으로는 극복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차별을 금지하는 제도적인 사회적 체제가 우선적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원장은 “우리사회의 다문화 갈등이 가진 잠재적 폭력성이 표출되기 전에 외국인에 대한 고용차별을 없애는 등 그들이 우리 사회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1-07-27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