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신임 업고 2년만에 ‘화려한 컴백’

권재진, 신임 업고 2년만에 ‘화려한 컴백’

입력 2011-07-15 00:00
수정 2011-07-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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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라인 인사구도 ‘상수’로 중책 기용



2년 전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다 후배에게 고배를 마시고 검찰을 떠났던 권재진(58·사법연수원 10기)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신임을 등에 업고 법무장관 내정자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야권은 물론 여당 소장파의 반대가 만만찮았지만 그동안 청와대에서 보여준 매끄러운 업무처리 능력과 검찰 안팎의 두터운 신망 덕분에 청와대가 끝까지 지명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권 수석 카드는 법무장관-검찰총장-민정수석으로 이어지는 사정라인 인사에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은 ‘상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경합할 만한 경쟁자가 아예 나타나지 않아 좀처럼 보기 드문 인사 구도였던 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 등에서 드러난 정부 내 갈등을 조율해 정권 말기 법무.검찰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틀을 잡고 권력누수를 차단할 적임자로서 ‘흠결’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에게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법무장관 기용설이 돌던 지난 5월 연수원 동기인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가 부산저축은행그룹과 자문계약을 맺고 전화를 걸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곤란한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솔직하면서도 대담한 대응으로 사태를 신속하게 수습했다.

권 수석은 날카로운 정책 판단·기획 능력과 함께 원만한 성품, 탁월한 유머감각에서 우러나는 친화력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초임 검사 시절부터 사안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업무처리에서는 원칙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그는 현장 수사 경험이 풍부하고 일선 검사들의 애로와 고충을 잘 알고 헤아려 검찰 내에 믿고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자산으로 꼽힌다.

특수부와 법무부 기획파트 근무 보다는 대부분 야전에서 뛴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프로필은 임관 때부터 검사장, 고검장까지 요직만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한 과거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과는 다소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1999년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언론대책문건’ 사건은 수사검사로서 권 수석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서울지검 형사3부장으로 수사를 직접 담당했던 그는 여권 실세였던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유력 국회의원이던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소환조사함으로써 강골검사로 이름을 높였다.

이밖에 현대자동차 취업비리, 산업재해 보험금 부당편취, 수입 돼지고기 불법 유통, 국방부 조달사기 등 주요 사건을 무난히 해결함으로써 성가를 쌓았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서울대를 졸업한 ‘TK(대구·경북) 적자’라는 뚜렷한 지역색은 지금까지 그에게 ‘득’보다 ‘실’을 많이 안겨줬다.

서울고검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도중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하자 검찰 조직을 인정시킬 차기 검찰총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됐지만 지역색이 발목을 잡는 하나의 요인이 됐다.

자신보다 사법시험 2년 후배인 천성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내정되자 곧바로 사퇴하고 검찰을 떠나야 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경한 당시 법무장관과 고교 선후배 사이라는 점이 ‘역차별’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법무장관 인선 과정에서도 권 수석에게는 ‘TK 편중’이자 ‘측근 인사’, ‘오기·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가장 큰 부담이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여권 지도부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선이라는 주요 정치일정을 고려한 ‘안전판’으로 ‘TK(권재진)-고려대(한상대)’ 카드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아있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는 물론 실제 법무장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강한 지역색으로 인한 ‘정치적 중립’ 시비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권 수석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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