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연루 인사 2~3명 더 있다”

“로비 연루 인사 2~3명 더 있다”

입력 2011-05-27 00:00
수정 2011-05-2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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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정관계 인사 드러나는 검은 커넥션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금융감독원을 넘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정황이 조금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가 26일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은 판사에서 검사로 전관(轉官)한 다소 특이한 법조 경력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은 위원 외에도 2~3명의 정·관계 인물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은 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박연호(61·구속기소) 그룹 회장 등 임원들이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해 펼친 광범위한 로비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검찰 수사의 타깃이 됐다. 은 위원은 조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이날 사의를 표명, 수리됐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검찰 소환 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출신인 은 위원은 부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로 활동하다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이 정·재계에 많이 포진해 있고, 부산저축은행그룹과도 인맥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은 위원이 이 그룹 정·관계 브로커로 알려진 윤여성씨와 친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은 위원이 부산저축은행의 검사 무마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저축은행그룹과 연결된 정·관계 인사가 더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브로커 윤씨와 함께 퇴출 저지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박모씨는 여권 실세와 끈끈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와 박씨가 현 정권의 로비 창구라면 25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부산저축은행그룹 2대 주주 박형선(59) 해동건설 회장은 전 정권의 로비 창구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염기창)는 이날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 등 주요 임직원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50여명이 참석, 고성을 지르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을 ▲대주주 신용공여금지 위반 ▲분식회계 ▲사기적 부정거래 ▲배임 ▲횡령 등 5개로 나누고, 그중 대주주의 신용공여 금지를 위반한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부분에 대한 심리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열고 증거채택과 증인신문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6월 9일 열린다.

이날 재판에는 보안을 위해 공익요원·경위 등 법원 직원 50여명이 참석해 ‘인간띠’를 만드는 등 진풍경이 벌어졌다. 피고인들이 법정에 들어서자 피해자들은 “사형시켜라.”, “죽여라.”, “내 돈 내놔라.” 등을 외쳤고, 통곡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재판이 끝난 후에도 피고인과 변호인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등 소동을 피우며 법정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박 회장 등 주요 임원 21명은 부동산 시행사업 등을 직접 수행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대주주와 무관한 독립사업체인 것처럼 위장 관리하면서 모두 4조 5942억원의 사업자금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1일 기소됐다.

임주형·이민영기자 hermes@seoul.co.kr
2011-05-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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