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현장탐사 보고회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피난훈련을 경험한 후쿠시마 주민은 별로 없었다. 부분적으로만 실시했을 뿐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훈련은 없었다. 막상 원전 사고가 나자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몰랐다.”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11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후쿠시마·체르노빌 최전선 현장탐사 보고회’. 최근 일본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원전 사고 피난민을 만나고 돌아온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의 생생한 증언이 전해졌다. 최 소장은 지난달 13일부터 4박 5일 동안 사고 원전 주변인 고리야마시와 후쿠시마시 등에서 원전 피난민들을 만나고 귀국했다. 그는 원전 반경 5㎞ 이내에 살던 일본인 이시마루 고시로의 생생한 피난 경험담도 전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도미오카에 살고 있는 이시마루는 대지진이 발생한 바로 다음 날인 3월 12일, 두 손자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을 떠났다. 정부가 지정한 대피지역인 원전 반경 20㎞ 밖으로 피신하기 위해서였다. 이시마루 가족은 20㎞ 경계지역인 가마우치 지역에 은신했다.
사고 지역에서 47년을 살아온 이시마루는 “원전 피난훈련이 실제로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사고 당일 콘크리트 건물인 동네 온천에 피신해 있다가 가마우치로 이동할 때 버스를 이용한 사람과 자가용을 이용한 사람의 비율이 5대1 정도됐다.”고 말했다.
그는 “피난훈련 때는 모두 버스를 타고 이동하도록 했지만 자가용을 이용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기름이 부족해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두 손자와 함께 원전으로부터 80㎞ 떨어진 친척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원전 인근 마을만 피해 입는 건 억울”
전직 우체국 직원이었던 이시마루는 현재 ‘탈원전 운동’에 나서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건설이 시작되기 전인 1964년부터 도미오카에 살았던 그는 “사람들은 평소 원전지역이 병원 안에 있는 방사능 구역과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지금은 아무도 방사능 구역에서 밥 먹고 잠을 자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시마루는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 도쿄는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았는데, 원전 인근마을만 고스란히 피해를 받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면서 끝내 눈물을 떨어뜨렸다고 최 소장은 전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1-05-12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