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이대론 안된다] (중) 고객을 무서워해야 산다

[농협 이대론 안된다] (중) 고객을 무서워해야 산다

입력 2011-04-22 00:00
업데이트 2011-04-22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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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사고 때마다 대책 흐지부지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채찍’ 필요

금융계는 반복되는 대고객 사과에도 농협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로 고객을 무서워하지 않는 ‘농협 DNA’를 꼽는다. 농민을 비롯한 농협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가 직원 비리와 잦은 금융 사고, 생산성 저하라는 농협의 고질적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긴장과 절박함이 없다 보니 사건·사고가 매번 반복된다. 이번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나온 미숙한 처리도 이 같은 인식의 연장 선상이다. 농협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고객의 채찍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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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태 이후 수신고 1조 7000억 늘어

농협 사태에도 불구하고 농협 수신고는 증가했다. 21일 농협중앙회 수신고는 전산 장애 발생일인 지난 12일에 비해 1조 7000억원 정도 증가했다. 농협 측은 “이번에 가장 큰 불편을 겪은 카드 고객을 비롯해 31만건의 항의가 접수됐지만, 불편을 호소할 뿐 다시 거래하지 않겠다는 반응은 드물었다.”고 전했다. 고객 서비스를 생명으로 여기는 일반 시중 은행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1162개의 지점을 운영하는 농협은 제1금융권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읍·면 지점망을 구축한 데다 고객들의 관여도와 충성도가 높다. 정책자금 대출 등과 농협의 예·적금이 맞물려 있어서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농협 고객들의 충성도는 유별나다.”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가 확립된다면 금융 경쟁력을 확보할 조건을 고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집단소송 추진 관심

농협이 고객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려면 고객을 무서워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농협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추진하는 금융소비자연맹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120여명이 집단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은 21일 “농협과 금융 거래 피해에 대해 협의한 결과 농협이 간접 피해도 적극 보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밝혔다. 연맹은 농협에 주요 민원 건에 대한 유형별 보상 기준 제시, 피해자보상위원에 피해자 대표와 소비자 대표 참여, 5000여 점포망을 이용한 적극적인 보상 실천 등을 요청했다. 연맹은 “농협이 진정으로 고객들에게 보상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산 장애 국면에서도 농협은 사은행사 등 고객 유인 정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는 “전시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권에서도 “전산망 원인 규명이나 정보기술(IT) 보안 강화 방안에 대한 연구는 뒤로 미룬 채 당장의 사은행사로 고객 달래기에 나서는 것은 생뚱맞다.”면서 “경·신 분리 이후 진정한 금융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전문가다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 관계자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쏟아붓는 마케팅 비용을 생각하면 농협 고객의 높은 로열티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농협의 사고 수습 과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고 꼬집었다.

●농협 “오늘 전산망 복구” 약속이행 주목

농협의 달라진 모습은 22일로 잡은 전산망 100% 복구 약속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 21일로 전산망의 98%를 복구했으나 채움 기프트카드 발급 및 재발급과 사용 업무는 여전히 장애를 겪고 있다. 농협은 고객, 나아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22일 복구를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 고객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농협 DNA를 고객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1-04-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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