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만에 어머니 찾은 유학생

닷새만에 어머니 찾은 유학생

입력 2011-03-16 00:00
수정 2011-03-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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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야 여동생에게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너무 좋고 놀라 눈물이 났고 주변에서 축하를 해 줬어요.”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는 쿠마가이 유이치(38)씨는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11일 오후부터 미야기현 게센누마시에서 혼자 사는 어머니의 생사를 알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그는 이날 대지진 참사로 쓰나미가 덮친 고향에서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어머니가 실종됐다는 소식은 그를 막막하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결혼한 여동생은 이와테현으로 떠나는 바람에 어머니가 혼자 살고 있었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던 쿠마가이씨가 여동생으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은 건 지진이 발생한 지 닷새만인 15일 저녁 6시께.

여동생 아베 아키(33)씨는 전화를 걸어와 “어머니한테서 낮에 ‘나는 무사하고 친척들이랑 같이 잘 있으니 걱정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쿠마가이 씨는 16일 “어머니가 대피한 곳에서 길게 통화할 수 없어 경찰에게 1분만 전화를 쓰기로 하고 여동생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며 “어머니가 지진이 났을 때 회사에 있었을 텐데 어떻게 친척들과 같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닷새간 쿠마가이 씨는 실종 상태인 어머니의 생사를 확인하려고 구글 사이트를 비롯한 인터넷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는 “난 뭐라도 해 볼 수 있었지만 이와테현에 사는 여동생은 전기가 끊겨서 휴대전화도 안되고 인터넷도 안되는 상태였다. 어머니를 찾을 방법이 없어서 절망한 채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쿠마가이 씨는 주변에 가족을 잃은 지인들이 많아서 미안한 맘에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다는 얘기를 널리 알리지도 못했다.

그는 “도쿄에 있는 친구는 어머니와 연락이 안 되는데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힘내라는 말이 더 상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어머니를 찾았다는 사실을 주위에만 말했다”고 했다.

쿠마가이 씨는 한시라도 빨리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어머니가 대피해 있는 곳에 들어갈 방법이 없어 일단 한국에 남아 대학에서 모금 운동을 돕기로 했다.

그는 이날도 며칠 전에 만든 일본학생회 소속 학생들과 같이 연대 중앙도사관 앞에서 모금 활동을 벌였다.

앞서 연세대는 유학생 가운데 지진으로 현지에서 피해를 본 학생들이 있는지 파악해 쿠마가이씨에게 졸업 때까지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학교에) 너무 고맙다. 며칠 전 교수님을 찾아가서 ‘지금 여기서 공부할 때가 아니라 일본에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이제 어머니도 찾았고 장학금까지 받아 공부를 계속할 수 있어 좋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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