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확산…피해 ‘눈덩이’

후유증 확산…피해 ‘눈덩이’

입력 2011-03-06 00:00
업데이트 2011-03-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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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살처분 가축이 300만마리를 훌쩍 넘어서는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전국의 매몰지가 4천700여곳에 이르면서 침출수 유출에 따른 2차 환경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축산농가들이 걷잡을 수 없는 구제역 확산에 넋을 잃고 실의에 빠진 가운데 축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농촌의 일자리 감소와 잇따른 축제 취소, 관광객 감소로 지역경제도 위축되고 있다. 축산물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국민경제 전반에 적잖은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구제역 사태로 ‘축산 청정국’의 지위를 되찾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돼지 생매장과 같은 살처분 방식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국가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제기되고 있다.

●매몰지 4천700여곳..침출수 ‘공포’

지난 3일 충북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 상대음마을 주민들은 구제역 매몰지의 침출수 유출 대책을 군에 요구했다.

8천800여마리의 돼지가 묻힌 마을 근처 매몰지의 침출수가 악취와 함께 인근 소하천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조사를 벌인 군이 침출수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식수로 쓰는 지하수가 오염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살처분 가축 급증으로 서둘러 매몰지를 만들면서 이런 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매몰지의 부실 조성으로 침출수가 유출돼 주변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 양주시청에서 열린 구제역 대책 토론회에서 한남대 김건하(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전에도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으로 가축 매몰지가 조성됐으나, 이번에는 단기간 대규모 매몰이란 점이 다르다”며 “부실하게 조성된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환경을 오염시킬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매몰지 반경 300m 안에 있는 지하수 관정은 전국적으로 1만곳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 음식점 418곳과 학교 급식소 18곳이 매몰지 반경 300m 이내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었다.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은 경기지역 14곳의 생수업체 취수원 중 8곳은 주변에 매몰지가 있어 안전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횡성군 상수원보호구역에는 매몰지 2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부랴부랴 이전작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매몰지 보완 등 침출수 유출 방지에 나섰지만, 기온이 상승하고 장마철이 되면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업 ‘흔들’..경제적 손실 ‘눈덩이’

이번 구제역 사태로 살처분된 가축은 돼지 330만마리, 소가 15만마리 등 총 346만마리에 달했다.

사육 돼지의 33.4%, 사육 소의 4.5%가 땅속에 묻힌 것이다. 이에 따라 축산업, 특히 새끼돼지를 낳을 수 있는 어미돼지가 큰 피해를 본 양돈업의 기반이 붕괴 위기에 놓여있다.

정부가 추정한 가축 살처분에 따른 피해액은 현재까지 약 3조원. 2006년부터 4년간 가축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액 4천503억원의 7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축산업 위축과 연관산업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하면 구제역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구제역 사태의 여파로 올해 낙농업 생산액은 1조5천870억원, 양돈업 생산액은 4조7천130억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11.3%,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촌경제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16일 기준으로 구제역 발생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분석한 결과 생산유발 감소액은 4조93억원, 부가가치 감소액은 9천550억원, 고용 감소는 4만7천81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내놓은 산업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지난 1월 농림어업 취업자는 101만8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0만4천명(9.3%) 급감했다. 구제역 사태와 한파, 폭설이 겹치면서 농촌의 일자리 감소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지자체들이 겨울 축제에 이어 봄 축제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관광객도 감소하면서 지역 경제가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우유 생산량 감소로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돼지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뛰는 등 생활 경제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축산물 가격 상승률은 전달 대비 8.7%로, 198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돼지고기는 18.8%, 수입 쇠고기는 6.8%나 급등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우병준 부연구위원은 “구제역 발생은 도.소매업과 같은 유통업계, 사료업계, 운송업계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축산업이 구제역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앞으로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축 생매장 논란..”이미지 실추 훼손”

지난달 23일 서울 천도교 대교당. 5개 종교 35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도 이천의 한 매몰지에서 돼지 1천900마리를 생매장하는 과정이 찍힌 영상을 공개했다.

굴착기를 이용해 돼지를 산 채로 묻고 이 과정에서 발버둥치는 돼지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잡혔다. 문제의 영상은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구제역은 빠르게 퍼지는데 장비와 시설, 시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해명이지만 생매장 방식의 살처분은 종교단체 뿐 아니라 국내외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과 동물사랑실천협회 등은 “생매장은 잔인하고 끔찍한 동물 학대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보호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소, 돼지는 약물, 가스, 전기 등을 이용해 안락사시킨 뒤 묻게 돼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컴패션 인 월드 파밍’은 한국의 돼지 생매장에 항의하고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한국대사관에 보내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동물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또 다른 국제동물보호단체 PETA 역시 같은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OIE 가입국인 우리나라가 돼지를 생매장한 것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살처분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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