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김종인, 경제해법 시각차 확연…쟁점마다 충돌

강봉균-김종인, 경제해법 시각차 확연…쟁점마다 충돌

입력 2016-03-20 09:59
수정 2016-03-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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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강봉균 “대기업 활용한 성장이 해법…선별적 복지 필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4·13 총선을 앞두고 공히 경제전문가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세워 경제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공약 경쟁을 예고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이 총선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보고 새누리당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선대위원장에 내정했고, 더민주는 이미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선대위원장까지 맡도록 했다.

강 전 장관이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정치권을 거친 인사라면, 김 대표는 학계를 거쳐 정부와 정치권에 몸담았던 인물로, 두 사람은 살아온 이력만큼이나 경제성장, 고용, 조세, 복지정책 등에서 확연한 대비를 보였다.

◇‘적과의 동침?’…진영옮긴 양대 수장 = 강 전 장관이 새누리당, 김 대표가 더민주의 경제정책 사령탑을 맡은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이력으로만 놓고보면 강 전 장관은 더민주, 김 대표는 새누리당에 가깝기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은 데 이어 16~18대 국회 때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등 현재의 야당 진영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반면 김 대표는 군사정부 시절인 5~6공 때 3차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고 청와대 경제수석, 보건사회부 장관을 맡아 경력만 보면 새누리당 쪽에 가깝다. 실제로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까지 지냈다.

두 사람의 진영 이동은 얼핏 보면 ‘적과의 동침’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동안 경제철학이나 정책기조를 놓고 보면 아주 이상할 것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 전 장관은 70~80년대 산업화 시대에 초고속 성장을 이끈 경제기획원의 요직을 두루 거쳤고, 의원 시절에도 당내에서 실용주의 내지 개혁적 보수 성향이던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에서 활동했다.

김 대표는 보수정당에 몸담으면서도 건강보험 도입,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 삽입, 재벌개혁 등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목소리를 내왔다.

◇성장정책 시각차…‘재벌 활용이냐, 개혁이냐’ = 두 사람 모두 한국경제가 저성장 기조 속에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한 채 양극화가 심화되는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에 동의한다. 그러나 성장의 해법을 놓고는 확연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중소기업 위주로 전환하자고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 셋은 모르는 소리”라며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대다수 중소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대기업 경기에 연동돼 있어 대기업 투자를 원활하게 하는 쪽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제품을 만들어야 중소기업이 돌아가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라는 구호로 대기업을 위축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 강 전 장관의 생각이다.

또한 경제민주화론자들이 말하는 중소기업 위주의 고용정책은 청년층의 요구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청년이 바라는 일자리는 결국 대기업과 공기업 아니냐. 그런 곳에서 많이 뽑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전 장관 역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소위 ‘갑질 문화’는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에 김 대표는 산업화 시대를 이끈 패러다임인 재벌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에서 탈피하는 것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개발시대에는 재벌에 자원을 몰아준 것이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경제집중화가 심화되면서 이제는 재벌이 ‘포용적 성장’의 걸림돌이자 방해세력이 됐다는 것이다. “재벌이 로비활동을 벌여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이런 시각은 오너 중심의 획일적 의사결정 시스템 및 소유구조 타파,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엄단 등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을 개혁해 중소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해법으로 이어진다.

재벌에 몰아주던 각종 정책 혜택을 기업체의 99%, 고용의 88%를 담당한 중소기업으로 돌리면 경제도 성장하고 고용도 늘어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인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康 “포퓰리즘 안돼” vs 金 “포퓰리즘 걱정하면 복지 못해” = 김 대표는 ‘생산적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도입한 건강보험이 의료혜택의 보편화는 물론 관련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것처럼 복지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 산업성장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의 영역에서 복지의 목표를 정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가 노인 기초연금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는 총선 공약을 마련하고, 자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 구직수당에 대해서도 지방재정 능력이 있다면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이야기하면 영원히 못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강 전 장관은 복지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한 번 시작하면 후퇴가 어려워 신규 제도 도입시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복지혜택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더민주의 기초연금 30만원 인상 공약을 “돈을 거저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은 없다는 심리를 이용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청년 구직수당 역시 “이걸 주면 일자리가 찾아지느냐”고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인식의 결과다.

강 전 장관은 노인 복지는 노후대책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보편적 복지가 아닌 단계적, 선별적 복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金 “조세부담률 인상해야” vs. 康 “신중한 접근 필요” = 두 사람의 성장과 복지에 대한 해법차는 조세정책으로 이어진다.

강 전 장관은 법인세 인상을 금기로 여길 필요는 없다고 밝히는 등 부분적 세율 인상의 여지를 두고 있지만 기업 투자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강 전 장관은 “문제는 법인세를 조금 올린다고 해서 세수 증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법인세율을 올릴 수는 있지만, 이익을 신규투자에 쓰는 기업은 세금을 감면해주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총선에 증세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강 전 장관은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인상 문제에 대해 “복지를 싫어할 국민이 없듯 세금을 더 내는 것을 좋아할 국민도 없다. 세금 인상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기에는 부적절하다”며 “세율 인상 문제는 정권을 잡고나서 단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한국은행의 적극적 통화정책도 주문했다. 그는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유럽연합은 제로금리로 가고 있다”며 “한국은행은 너무 조심스러운 나머지 가만히 있는 통화정책을 쓰고 있다. 그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김 대표는 조세부담률 인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등 증세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25.8%인데 한국은 17.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2%포인트 올리면 연간 30조원에 가까운 세입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더민주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명박정부 시절 단행된 법인세 인하가 투자 증대로 이어지지 못해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더민주는 인하된 법인세 원상회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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