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비서 등극’ 김정은 향한 시선 뺏을라… 北 ‘넘버2’ 김여정 감췄다

‘총비서 등극’ 김정은 향한 시선 뺏을라… 北 ‘넘버2’ 김여정 감췄다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21-01-11 21:14
수정 2021-01-1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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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격상 예상’ 김여정 강등 배경은

정치국 후보위원서도 빠지고 중앙위원에
전문가 “일시적 퇴보… 권력 약화는 아냐”

‘비서실장’ 조용원, 서열 5위로 고속 승진
박봉주 퇴진… ‘대미 외교’ 최선희는 강등
김영철 비서직 제외 등 대남 라인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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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과 리병철(왼쪽)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최룡해(오른쪽)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과 리병철(왼쪽)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최룡해(오른쪽)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의 8차 당대회에서 지위가 격상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승진은커녕 기존의 자리도 지키지 못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최측근으로,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김 부부장은 당초 권력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까지 거론됐던 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다만 이번 인사만으로 김 부부장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전날 확정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기존의 후보위원에서도 탈락했으며, 부장도 맡지 못한 채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만 남았다. 2017년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김 부부장은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을 보좌하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2019년 말부터 당 제1부부장으로 대남사업을 총괄해 왔다. 지난해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땐 대남 공세의 선봉에 섰으며, 대미 문제에도 적극 관여했다. 이런 역할과 위상에 근거해 우리 정보당국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김 부부장의 지위 격상을 예상했고, 일각에서는 상무위원 승진을 점치기도 했다. 이번 당대회 때도 주석단 2열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승진하지 않았다고 해서 권력이 약화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번 당대회는 김정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김여정을 일시적으로 물러나게 한 것”이라며 “언제든 재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 정치국의 핵심인 상무위원회에는 최고령인 박봉주(82) 당 부위원장이 물러나고, 후보위원으로 있던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이름을 올렸다. 당 서열 20위 안팎의 후보위원에서 단숨에 5위까지 진입한 것이다. 당 중앙위원회 비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임명됐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나 시찰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어록 등 치적 사업을 총괄해 온 조용원의 급부상은 당 체제 정비와 김정은의 위상 강화가 핵심인 이번 인사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도부 세대교체와 함께 대미 관계와 경제건설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는 김정은이 실질적 성과와 업적을 쌓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안보라인에서는 대남 문제를 총괄하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당 비서에서 제외되고 당 부장에만 이름을 올려 북한이 대남 담당 비서를 없애고 부장만 둔 것으로 추정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재 대남 담당 비서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대남 담당 기능이 상당히 약화됐다고 볼 수 있지만 향후 김여정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미라인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으며, 대중외교를 담당하던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당 부장으로 임명됐다.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후보위원 지위를 지켰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21-01-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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