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문화적 영향·성과, 저렴한 제작비·‘크기’로 승부, 만수대창작사 수천만弗 수입
북한의 외화 획득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거대 조각상 등 선전용 미술품 수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6일 ‘북한의 최대 수출품-거대 동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미술 창작 단체인 만수대창작사의 미술품 수출을 조명했다.‘김정일화축전’ 개막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하루 전날인 지난 15일 평양 주민들이 베고니아로 장식된 제20차 김정일화축전 행사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6일 공개했다. 이 베고니아는 일본 원예학자 가모 모도데루가 종자를 개량해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꽃으로, ‘김정일화’로도 불린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만수대창작사의 작품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수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BBC는 전했다. 1959년 설립된 만수대창작사는 4000여명이 소속돼 거대 동상과 벽화, 현수막, 포스터 등 북한 내부의 선전물을 제작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는 외교용 선물로 미술품을 해외에 내놓기 시작했다.
만수대창작사가 눈독을 들이는 시장은 아프리카다.
가장 유명한 수출 작품은 2010년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세운 청동 조각상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이다. 독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이 대형 조각상은 높이가 약 50m로 미국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보다 높다. 당시 대통령이 조각상의 인물이 너무 아시아인처럼 보인다고 불만을 나타내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아프리카 최장기 집권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92) 짐바브웨 대통령의 사후 기념물로 쓰일 무가베 대통령의 거대 동상 두 개도 완성돼 보관 중이다.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 외곽에 있는 독립 투쟁 영웅 기념비도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이다.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많은 작품을 수주할 수 있었던 이유로 BBC는 저렴한 제작비와 ‘크기’로 승부하는 작품 스타일을 꼽았다. BBC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이제 무조건 거대하기만 한 기념물은 만들지 않는다”면서 “(북한 예술품의) 매력은 명백하고 당연하게도 그 크기가 전부”라는 예술 비평가 윌리엄 피버의 말을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02-17 4면